정조가 화성행차 때 먹었다는 '길경잡채'의 맛은

입력 2017-09-29 15:33   수정 2017-09-29 15:38

정조가 화성행차 때 먹었다는 '길경잡채'의 맛은

경복궁 소주방서 '오(午)! 시식공감'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푸른 하늘이 펼쳐진 청명한 가을날, 대청에 앉았다. 앞에 보이는 소반에 놓인 푸른색 보자기를 풀어보니 삼단 유기그릇이 나왔다. 하나씩 들어 올려 가지런히 두니 밥과 탕, 반찬으로 구성된 반상(飯床)이다.

밥이 담긴 그릇에는 버섯불고기와 낙지, 전복을 구운 적(炙)이 함께 들어있고, 소고기와 도라지, 두부를 넣어 끓인 탕인 골동갱이 있는 그릇에서는 온기가 느껴진다. 나머지 그릇을 보니 정갈한 반찬 네 개가 구미를 돋운다.

추석 연휴를 앞둔 29일 경복궁 소주방에서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는 '오(午)! 시식공감'의 체험 행사가 열렸다. 시식공감은 조선 왕실의 음식과 국악을 함께 즐기는 행사. 지난봄에 큰 인기를 끌어 가을에 또다시 진행된다.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조선시대 임금은 하루에 다섯 번 식사했다"며 "이번 식사공감에서는 왕에게 진상했다는 가을 식재료를 참고해 음식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봄에 진달래 화전, 원추리나물, 오이소박이 등으로 구성됐던 반찬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길경잡채'라는 찬에 눈길이 간다. 이 음식의 주인공인 '길경'은 백도라지를 뜻한다. 도라지와 오이, 우엉을 넣은 채소무침인 길경잡채는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길경잡채는 정조가 화성행차를 할 때 먹었다고 전한다.

이외에도 젓국으로 버무린 김치인 섞박지, 해산물과 채소를 다져 넣은 배추찜, 명란젓이 찬으로 올라왔다.

판소리와 국악 연주를 들으며 식사를 마친 뒤에는 따뜻한 대추차와 송편, 달콤한 호두정과가 후식으로 나왔다.

시식공감은 내달 27일까지 하루 두 차례씩 운영된다. 시작 시각은 정오와 오후 1시. 참가비는 2만원이며, 경복궁 입장료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

예약은 옥션티켓(ticket.auction.co.kr)에서 할 수 있다. 추석 연휴는 대부분 매진됐지만, 10월 10일 이후는 예약이 가능하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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