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는 방송 이미지보다 더 성실…'멍청한 소비' 안할 뿐 쓸 땐 써"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그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알뜰살뜰하게 살 뿐인데 어느 날 '대세'가 됐다.
당사자의 유행어를 빌리자면 25년 만에 '슈퍼 그뤠잇'(Super Great)을 맛보고 있는 개그맨 김생민 얘기다.
옛날 같으면 "안 사면 100% 할인"이라는 그의 말에 지지리 궁상이라고 욕했겠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 최근 그는 소시민들의 '워너비'로 등극했다.
◇ "제 영수증도 좀 봐주세요"…지상파 진출에 광고도 봇물
데뷔 후 25년간 KBS 2TV '연예가중계' 21년, MBC TV '출발 비디오여행' 20년, SBS TV '동물농장' 17년 등 지상파 3사의 장수 프로그램에 고정출연 중인 김생민이지만 대표작은 2017년 '김생민의 영수증'이 됐다.
심지어 이 프로그램은 원래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이었다. 그것도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의 파일럿 코너로 시작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시청자의 영수증을 보며 소비 패턴을 분석해 '스뚜삣'(stupid) 또는 '그뤠잇'(great)을 통쾌하게 날려주는 그의 매력에 무려 1만명 이상의 구독자가 저마다 영수증을 김생민에게 들이밀었다.
그리고 지상파 입성에도 성공했다.
KBS 2TV는 지난 8월부터 8부작으로 매주 토요일 밤 10시 45분부터 15분씩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평균 시청률(닐슨코리아)은 2%대에 머물렀지만 화제성만큼은 폭발적이었고, KBS는 추석 연휴 2회 연장 방송을 결정했다. 정규 편성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안 사면 100% 할인", "지금 저축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옷은 기본이 22년이다" 등 촌철살인에 유머를 곁들인 그의 말들은 '어록'으로 확산 중이다.
덕분에 그는 최근 MBC TV '라디오스타', tvN 'SNL코리아9' 등 예능가에서 맹활약하며 '제1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본업이 개그맨인 그에게 "재밌다"는 반응보다 "응원한다"는 댓글이 더 많이 달리는 것은 김생민이 이 인기를 반짝 특수가 아닌 장기 호황으로 끌고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광고주들도 그의 성실한 이미지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낸다. 대중에 알려진 것만 해도 화장품 브랜드 '랩노', KT 모바일 서비스 '미디어팩', 소셜커머스 '위메프', 케이뱅크 등 여러 건이다.
방송가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은 광고들도 밀려들어 본인도 못 셀 정도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 자연인 김생민은…"멍청한 소비 안할 뿐 쓸 때는 써"
카메라 밖의 김생민도 정말 심각한 '짠돌이'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게 지인들의 반응이다.
연예계 '통장 요정'으로 소문난 김생민은 첫 월급의 28만원 중 20만원 이상을 저금하며 데뷔 17년 만에 10억원 이상을 모은 것으로 유명하다. 일단은 '짠돌이'가 맞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국내 고급 아파트를 대표하는 강남의 타워팰리스에 살고, 벤츠 승용차를 몰기도 한다. 그가 타워팰리스에 입주하게 된 배경은 자녀 교육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아껴 모은 것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화끈하게 쓰는 셈이다.
"커피는 선배가 사줄 때 먹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웬만해서는 돈을 안 쓰는 모습이 부각된 것도 방송의 재미를 위해 더해진 부분이 있다고 지인들은 말한다.
'김생민의 영수증'을 제작한 몬스터유니온의 서수민 예능부문 이사는 9일 "김생민은 '멍청한 소비'를 하지 않을 뿐이지 쓸 때는 확실하게 쓰더라"며 "단지 '오늘 내가 얼마를 벌었고, 지출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나'를 스스로 끊임없이 되새기는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절약의 전제는 성실이기도 하다. 김생민의 성실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김생민 측 관계자는 "방송에서는 그의 성실함이 절반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며 "일상에서도 약속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 밤늦게까지 흥청망청 노는 것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자기 관리도 잘한다"고 말했다.
서수민 이사도 "김생민은 '사람'에 대한 관심도 많다"며 "누군가 한 달 전에 조언을 요구한 것까지 기억하며 '그 일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타인에게도 성실하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그런 김생민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진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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