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29일부터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올 추석 연휴는 10일로 늘어나 이동인구가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추석 연휴에 총 3천717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추정했다. 명절 차례상은 '민심의 용광로'라고 한다. 각지에 흩어진 가족이 차례상을 앞에 두고 정치, 경제, 사회 현안에 대해 생각들을 쏟아내는 소통의 장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고속도로와 철도 등 교통로를 따라 전국 곳곳으로 이동할 민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각 당 대표들은 서울역과 용산역 등에서 귀성길 시민들을 상대로 민심잡기에 나섰다.
풍요로움과 편안함이 가득해야 할 한가위지만 올해는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의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을 것 같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6·25 후 최대의 안보위기'가 조성된 데다 경제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에 주부들의 마음은 무겁다. 바늘구멍만큼 좁아진 취업관문을 뚫어야 하는 청년층의 어깨도 처져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0%로 제자리에 머물렀다. 소매판매는 1% 감소하고 설비투자는 0.3% 줄고, 공사실적 지표인 건설기성도 2% 감소하는 등 소비·투자·건설 부문이 모두 뒷걸음쳤다. 이처럼 안보와 경제여건이 좋지 않지만, 국민이 힘을 모으면 어려움을 능히 극복할 수 있다. 한가위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새 출발에 나서는 재충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귀성길 좌우에 펼쳐진 황금빛 벼와 활짝 핀 코스모스, 장시간 운전에 지친 자식을 따듯하게 맞아주시는 부모님,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로부터 활력을 얻어 새로운 마음으로 귀경길에 올랐으면 한다.
안보와 경제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일차적인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5월 10일 취임 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국정의 키를 잡아 5개월가량 쉴새 없이 달려온 문 대통령은 모처럼 맞은 연휴에 휴식을 취하면서 어떻게 안보와 경제를 튼튼하게 이끌 것인지 정국 구상을 할 것으로 믿는다. 여야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도 마땅히 지역구 곳곳을 누비면서 주민의 삶을 살피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것이다. 여야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처음 맞는 이번 추석의 민심이 향후 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정책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추석민심은 국정감사와 각종 법안 및 예산안 심의 등 정기국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다 멀리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의 추석 민심잡기 경쟁이 지나치게 정략적인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당 홍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면서 "대통령은 친북 이념에 경도된 일방적인 말만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MB(이명박) 정부에 대한 수사는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추 대표는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 작업을 겨냥해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어불성설"이라면서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여야는 이번 추석을 정쟁의 기회로 삼아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지치층을 결집하는 데만 너무 열중하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청취해 정책과 입법에 반영하는 경쟁을 펼치기 바란다. 특히 당면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떻게 국력을 결집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당장 지난 27일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합의한 '안보 상황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어떻게 구체화할지부터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또 청와대 회동에서 뜻을 모은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도 더 늦추지 말고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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