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 렴대옥-김주식, 네벨혼에서 출전권 확보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북한이 피겨 페어 종목에서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평창으로 오는 길'이 활짝 열렸다. 이제 북한의 결단만 남았다.
북한 피겨 페어의 렴대옥(18)-김주식(25·이상 대성산 체육단) 조는 29일(한국시간)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총점 180.09점으로 16개 출전팀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는 4장의 평창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데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캐나다, 독일(2팀), 러시아, 미국을 빼고 11개 팀이 경쟁하는 가운데 북한의 렴대옥-김주식 조는 이 중 세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평창행 티켓'을 자력으로 따냈다.
북한은 직전 동계올림픽인 2014년 소치 대회에는 출전권을 따지 못해 나서지 못했지만 렴대옥-김주식 조의 활약을 앞세워 8년 만에 동계올림픽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출전권 확보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위원장 이희범)는 물론 한국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희소식이다.
북한의 참가로 평창올림픽의 모토 가운데 하나인 '평화 올림픽'의 그림이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조직위는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평화 올림픽'을 강조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남북의 선수들이 평창에서 한데 어우러져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치는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한국 정부는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공을 들여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까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남북 간에 결정적으로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 IOC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고,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IOC는 북한의 출전 가능성이 큰 피겨, 쇼트트랙, 노르딕 스키에서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체 출전권 이외에 와일드카드를 주는 방안을 고려했다.
이희범 평창 조직위원장도 "올림픽은 평화 정신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선수는 올림픽에 참여할 권리도 의무도 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북한의 올림픽 참여가 평창 평화 올림픽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북한 역시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평창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장웅 북한 IOC 위원은 지난 16일(한국시간) IOC의 올림픽 매체인 '올림픽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와 올림픽은 별개 문제라고 확신한다. 평창올림픽에서 어떤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한반도 정세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보이콧'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피겨 페어에서 렴대옥-김주식 조가 자력으로 '평창행 티켓'을 확보하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출전에 대한 명분이 생겼다는 평가다.
출전권을 따지 못해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자력으로 평창에 올 기회를 얻은 만큼 북한도 평창올림픽 참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공산이 커졌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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