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피해복구 '막막'…우박에 멍든 추석 농심

입력 2017-10-01 07:00  

명절에도 피해복구 '막막'…우박에 멍든 추석 농심

춘천 농가, 피해 최소화에 안간힘…보상금은 연말께 지원될 듯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올해 한가위는 춘천 농민들에게 반갑기보단 잔인한 것 같습니다."




소나기 같은 우박이 춘천 농가를 휩쓸고 지나간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멍든 농심은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명절 연휴에도 피해 농가는 작물 하나라도 더 살려보고자 애쓰지만 출하를 앞두고 상품성이 떨어져 시름만 깊다.

가장 넓은 지역에 피해를 본 서면 배추밭에서는 우박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손길이 한창이다.

밭에 심은 가을배추는 겉잎에 구멍 나고 곳곳이 찢겼다.

농민들은 배추 속잎이라도 살리고자 영양제와 살균제를 뿌리느라 바빴다.




신매리 일대 6천600여㎡(3천여평)에 배추농사를 하는 홍종성(64)씨는 "배추 결구율(속이 익어 단단한 정도)이 떨어져 평소보다 30%가량 작아질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배추에 주는 영양제 등 농약값은 100만원 이상 더 들어가고 있다.

출하 시기를 이달로 잡았지만 이마저도 늦어질 전망이다.

그는 "배추가 냉해를 입기 전까지 잘 키워 조금이라도 소득을 올렸으면 한다"며 밭으로 향했다.

우박에 직격탄을 맞은 과수농가도 울상이다.

1년에 한 번 결실을 보는 과수류는 수확 철을 앞두고 상품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신북읍 과수단지 곳곳은 출하를 앞두고 상처 난 과일들을 골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유포리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황석윤(72)씨는 비교적 상처가 덜한 사과를 상자에 넣으며 "5㎏ 한 상자에 3만원은 받았는데 지금은 2만원 받기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떨어져 멍이 들거나 상처가 심한 사과는 팔지도 못해 예년보다 30% 이상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황씨는 예상했다.

신북읍사무소에 재난피해 신고를 접수했지만 보상은 크게 바라지도 않고 있다.

그는 "과거에도 태풍이나 우박 등 자연재난 피해를 신고했지만 보상금액이 농약값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천전리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백찬주(60)씨는 이번 피해로 비닐하우스를 망치는 바람에 농사를 아예 접기로 마음먹었다.




660㎡(200평)짜리 비닐하우스 8동 곳곳이 구멍 나고 찢어진 상태 그대로다.

백씨는 "며칠 전 비가 비닐하우스 안으로 다 들어와 엉망이 됐다"며 "이제 농사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농지를 매물로 다 내놓았다"고 하소연했다.

비닐을 새로 치는데 1천만원 가량 들지만, 그는 정부나 지자체의 실질적인 지원은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2011년에 폭우로 비닐하우스가 다 물에 잠겼을 때도 보상은 고작 100만원이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9일 우박으로 강원도내 8개 시군 2천54 농가의 벼 940㏊, 배추 등 채소 235㏊, 과수 68㏊, 기타 33㏊ 등 농작물 1천276㏊와 비닐하우스 2천83동, 축사 228동이 피해를 보았다.

도는 긴급 예비비로 2억원을 우선 지급하고 18억원을 추석 전에 긴급 지원했지만 피해 보상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달 29일까지 각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피해 신고를 접수했고, 집계와 현장 조사 과정을 거치면 실질적인 지원은 연말께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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