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찾은 마리온 아커만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장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독일 작센의 강건왕 아우구스트 1세는 다른 문화를 공경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모은 유물은 전리품이 아니라 모두 구매한 것입니다. 그렇게 수집한 바로크 예술품은 지금 봐도 혁신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달 1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작된 특별전 '왕이 사랑한 보물 -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을 둘러본 뒤 기자와 만난 마리온 아커만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장은 "강건왕은 진정한 의미의 수집가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커만 관장은 독일 뮌헨, 슈투트가르트, 뒤셀도르프에 있는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관장을 거쳐 작년 11월 드레스덴박물관장에 취임했다.
그는 현대미술을 전공했지만, 드레스덴을 수도로 삼았던 작센의 선제후들이 18세기에 모은 컬렉션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드레스덴박물관에는 보석, 무기, 동전, 도자기 등 다양한 종류의 소장품이 있다.
이번 전시는 작센의 선제후이자 폴란드의 왕이었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폴란드 왕명 아우구스트 2세·1670∼1733, 이하 아우구스트 1세)라는 인물과 그가 사랑한 예술품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우구스트 1세는 특히 도자기에 집착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중국과 일본에서 생산된 도자기를 많이 사들였고, 똑같은 도자기를 제작하도록 지시했다. 드레스덴 근처의 작은 도시인 마이센을 유럽 최고의 도자기 산지로 만든 주인공이 바로 아우구스트 1세였다.
아커만 관장은 "작센 지방은 원래 개신교의 중심지였지만, 아우구스트 1세는 폴란드 왕이 되고 싶어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며 "그는 광산에서 얻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낯선 문화의 산물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우구스트 1세는 인도, 중국, 오스만 제국과 같은 거대한 왕국의 화려한 문화를 동경해 터키인이나 인도인으로 분장하기도 했다"며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처럼 강력한 왕권을 휘두르고 싶어서 태양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우구스트 1세는 가끔 기이한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돈을 마구잡이로 쓰지는 않았다. 그가 물품을 구매할 때 작성한 목록은 지금도 남아 있다.
아커만 관장은 아우구스트 1세의 수집 욕구에 대해 "작센의 제조업을 부흥해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며 "도자기도 단순한 모방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도록 장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우구스트 1세가 물품을 혼자서만 감상하지 않고 공개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사진으로 전시된 그뤼네 게뵐베'(Gruenes Gewoelbe·녹색의 둥근 천장)는 아우구스트 1세가 연출한 보물의 방이다.
아커만 관장은 독일 동부에 있는 드레스덴의 매력도 빠뜨리지 않고 설명했다. 그는 "드레스덴의 많은 건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돼 지금도 복원 중이지만, 엘베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인상적이고 역동성이 넘치는 도시"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서 유물이 가진 특성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유럽 바로크 예술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1월 26일까지 이어진다. 추석 연휴에는 4일만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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