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이승엽에게 얻은 게 많다…마지막까지 멋진 선수"

입력 2017-10-01 06:00  

양준혁 "이승엽에게 얻은 게 많다…마지막까지 멋진 선수"

"나는 이승엽에 몇 수 아래…조력자 역할도 즐거웠다"

"은퇴 시기를 자신이 결정하는 건 정말 엄청난 일"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KBO리그 개인 통산 기록을 하나씩 바꿔나갈 때마다 양준혁(48)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이름도 함께 불렸다.

'이승엽이 양준혁의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홈런에 이어 타점, 득점, 루타 부문에서 차례대로 들렸다.

이승엽은 "프로에 입단하고 타자로 전향하니, 이미 리그 최고가 된 양준혁 선배가 삼성에 계셨다. 좋은 본보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준혁은 후배 앞에서 몸을 더 낮췄다.

그는 지난달 30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승엽은 나보다 한 수가 아니라 두 수, 세 수 앞선 선수다. 처음부터 대단했고, 현역에서 물러나는 마지막까지 멋지다"며 "이승엽에 이은 2인자, 이승엽을 더 돋보이게 하는 조력자의 역할마저도 즐거웠다"고 했다.

양준혁 위원은 KBO리그의 전설적인 타자다. 양 위원이 은퇴한 시점(2010년)에 개인 통산 안타, 홈런, 타점, 득점, 최다 루타 KBO리그 개인 통산 1위는 모두 그의 차지였다.

그러나 현재 홈런, 타점, 득점, 최다 루타 1위는 이승엽이다. 최다 안타 부문만 양준혁이 보유하고 있다.





양 위원은 "나는 머지않아 내 기록이 깨질 것으로 봤다. 특히 승엽이가 KBO리그에 복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록 경신 시간이 다가온다'고 느꼈다"며 "내 기록이 깨질 때 서운한 감정이 조금 들긴 했다. 하지만 인연이 깊은 후배 승엽이가 기록을 깨 더 기뻤다"고 했다.

대졸에 군 문제도 해결하고 프로에 입단한 양 위원은 은퇴를 앞두고 삼성이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며 타석에 설 기회를 많이 잃었다.

개인 통산 기록을 추가하는 데에는 악재였다.

양 위원은 "그런데 승엽이는 8년 동안 일본프로야구에서 뛰고도 KBO리그 개인 통산 기록을 다수 바꿔놨다. 정말 대단하다"고 "나보다 몇 수위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함께 현역으로 뛸 때도 '나는 이승엽을 따라가는 타자'라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1993년 삼성에 입단한 양 위원은 1995년 후배 이승엽을 맞이했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 양 위원의 눈에도 '유망주' 이승엽의 재능은 놀라웠다.

양 위원은 "이미 첫해에 '정말 대단한 타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95년부터는 승엽이가 나보다 위에 있었다"고 했다.

야구는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팀 스포츠'다. 동시에 개인의 성적도 중요한 종목이다.

양 위원은 "승엽이와 한 팀에서 경기할 때 정말 재밌었다. 한 팀에 태양은 하나여야 한다. 나는 승엽이를 태양으로 삼았고, 승엽이가 더 빛나게 하는 조력자가 되기로 했다"며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좋았다. 내 위치를 빨리 찾으니, 해결사 승엽이와 함께 뛰는 게 정말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이어 "정상에 오르고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승엽이를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했다"며 "승엽이 덕에 '나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준혁 위원은 이승엽이 은퇴를 스스로 결정한 장면까지 경외의 눈으로 바라봤다.

양 위원은 "역시 이승엽은 정말 '큰 사람'이다. 선수에게 가장 어려운 게 은퇴 시기를 정하는 것"이라며 "남들이 만류할 때 그만두는 것도 대단한 용기다. 여전히 경쟁력 있는 강타자가 미련 없이 그라운드를 떠난다니 고개가 숙어질 정도다"라고 후배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는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감동"이라고 했다.

양 위원은 "투수로 입단해 타자로 전향하고, 숱한 위기를 넘기면서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그리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멋지게 마무리했다"며 "프로야구 선수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타자 양준혁'도 프로야구팬들이 사랑하는 '전설'이다. 은퇴 후에는 재단을 만들어 자선 활동에도 힘썼다.

그런 양준혁 위원도 후배 이승엽을 '국민타자'로 예우했다.







◇ 양준혁과 이승엽의 KBO리그 통산 성적



┌─────────┬───────┬─────────┐

│ 양준혁 │ 타격 부문 │ 이승엽 │

├─────────┼───────┼─────────┤

│ 2천135(1위)│ 경기 │ 1천904(18위) │

├─────────┼───────┼─────────┤

│ 8천807(1위)│ 타석 │ 8천261(3위)│

├─────────┼───────┼─────────┤

│ 7천332(1위)│ 타수 │ 7천123(4위)│

├─────────┼───────┼─────────┤

│ 351(2위) │ 홈런 │ 465(1위) │

├─────────┼───────┼─────────┤

│ 2천318(1위)│ 안타 │ 2천152(3위)│

├─────────┼───────┼─────────┤

│ 458(2위) │2루타 │ 463(1위) │

├─────────┼───────┼─────────┤

│ 3천879(2위)│ 루타 │4천66(1위)│

├─────────┼───────┼─────────┤

│ 1천389(2위)│ 타점 │ 1천495(1위)│

├─────────┼───────┼─────────┤

│ 1천299(2위)│ 득점 │ 1천351(1위)│

├─────────┼───────┼─────────┤

│ 1천278(1위)│ 볼넷 │ 953(6위) │

└─────────┴───────┴─────────┘



*이승엽 기록은 9월 30일 현재.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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