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명승지인 캘리포니아 주(州)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최근 연이틀 집채만한 바윗덩이가 떨어져 등반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가운데, 아내를 구하고 숨진 영국인 등반가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엘 캐피탄 화강암면에서 낙석 사고로 숨진 웨일스 카디프 출신의 등반가 앤드루 포스터(32)는 돌무더기가 떨어질 때 아내 루시(28)를 온몸으로 덮어 보호한 뒤 자신은 사망했다.
돌무더기는 200m 높이에서 떨어져 내렸다. AP통신은 떨어져 나간 바윗덩이의 크기가 건물 12층 높이라고 전했다.
정상에서 촬영한 다른 등반가의 사진을 보면 절벽 전체가 화강암면으로 이뤄진 엘 캐피탄에서 낙석 사고의 충격으로 큰 폭발을 일으킨 것처럼 흰 연기가 솟아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을 당해 중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진 루시는 의식을 회복한 뒤 "앤드루가 내 생명을 구했다. 그 일이 벌어졌을 때 남편이 내 위로 몸을 던졌다"고 말했다.
숨진 포스터의 숙모인 질리안 스티븐스는 영국 신문 더 타임스에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
질리안은 "포스터의 부모가 미국으로 날아가 아들의 시신을 수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리안은 포스터 부부가 요세미티로 등반 여행을 떠나기 전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그들은 정말로 서로에게 헌신적인 부부였다. 이건 진정한 러브스토리"라고 말했다.
포스터 부부가 함께 등반한 엘 캐피탄 화강암면은 단일 화강암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으며, 요세미티에서도 손꼽히는 경관을 자랑한다.
포스터 부부는 2015년 알프스에서 약혼하고 이듬해 스키리조트에서 결혼했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함께 즐기는 부부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이번 요세미티 여행은 결혼 1주년을 맞은 부부의 특별한 이벤트였으나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는 1년에 약 80차례 낙석이 발생하지만, 인명 피해가 난 적은 거의 없었다.
요세미티 공원이 1857년 개장한 이래 낙석으로 16명이 숨지고 100명이 다쳤다. 마지막 인명 사고가 난 것은 1999년 6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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