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북미대화' 언급, 북러회담 진행 등 물밑움직임 주목
정부 당국자 "북한이 대화의 여건을 만들어줘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의 역대 최고강도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추가 대북제재 결의, 미국의 고강도 대북 무력시위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주변에서 외교적 활동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을 찾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대화'를 거론했는가 하면, 미국과 중국 간에는 다시 북핵 공조 강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위협 지수를 잇따라 높여오던 북한도 최근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모습을 보이는 러시아에 북핵 관련 핵심 외교당국자를 파견해 회담을 갖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서 한반도 주변의 외교보폭 확대가 정세에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마련할지 관심이다.
우선 중국을 찾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30일 "북한과 2∼3개 정도의 (소통) 채널을 가지고 열어두고 있다"며 북한의 대화의지를 살피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모은다.
미국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이 이후 성명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틸러슨 장관의 언급은 치열한 '말폭탄'의 와중에도 뉴욕채널을 포함한 북미간 물밑 대화채널은 가동되고 있음을 시사해 구체적으로 양측 간 대화 내용이나 수위가 관심을 모은다.
북한이 대미 외교의 핵심 당국자인 최선희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을 러시아로 보낸 것도 눈길을 모은다.
러시아는 7월 초 러시아와 중국 양국이 함께 제안한 로드맵에 근거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러-중 로드맵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을 공약하면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1단계에서부터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2단계를 거쳐 다자협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체제 등을 논의하는 3단계로 이행해 가는 단계별 구상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강대강의 대치 국면이 가까운 시일 안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최선희 국장이 러시아 측과의 회담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려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음을 보도해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미국도 "이란 핵협정과 같은 조잡한 핵협정을 북한과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틸러슨 장관의 30일 발언에서 보듯 완전한 북핵폐기를 전제로 한 협상을 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협상의 조건에서부터 미국과 북한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 대해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1일 "9월 긴장이 고조됐으니 관련국들이 긴장을 완화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고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의 분위기는 충분히 형성될 수 있지만 아직 북한의 입장은 불투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10월 이후의 상황을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당사자들이 대화의 필요성을 동시에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변화로 볼 수 있다"며 "현재는 위기의 '출구'를 찾기 위해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일)과 중국 당대회(18일)를 전후한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가 정세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1차 관건이다.
정부 당국자는 "대화를 하고 싶어도 북한이 대화의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10월 10일 등 계기에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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