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감수 거쳐 53개 용어 개선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경계강화가 발령됐으니 지휘관들은 통신축선상 대기 바랍니다." "내일 ○○경찰서 초도순시가 있을 예정입니다."
경찰 내부에서 그간 쓰이던 업무용 용어들이다. 그런데 '통신축선상 대기', '초도순시' 등 표현은 암호가 아님에도 의미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뜻을 알고 보면 쉬운 용어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통신축선상 대기'는 언제든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라는 뜻이다. '초도순시'(初度巡視)는 지방경찰청장 등 기관장이 부임하면 지역 치안 현황을 파악하고자 관할구역 내 경찰관서를 처음 순회하는 일을 말한다.
경찰청은 올 상반기부터 내부 설문조사와 국립국어원 감수를 거쳐 이른바 '구시대적 용어' 53개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개선안 가운데는 조직 내 상하관계를 강조해 위화감을 조성하는 용어를 중립적 표현으로 바꾼 것이 눈에 띈다.
상급기관이 지시·당부사항 등을 일선에 '내려보낸다'는 뜻의 '업무하달'은 '업무연락' 또는 '업무전파'로 바꿔 쓰도록 했다.
영어 약자를 그대로 쓰거나 일상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 한자어로만 이뤄진 용어는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바꿨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휘관 등이 현장에 도착한다는 뜻인 '임장'은 '현장 도착'으로, 길 안내를 뜻하는 '지리교시'는 '길 안내'로 풀어쓰기로 했다. 'FTX'는 '실제 훈련'으로, 'CPX'는 '지휘소 연습'으로 순화했다.
경찰로 처음 임용되거나 특정 계급을 받아 처음 임용되는 날을 뜻하는 '배명일'은 '임용일'로, '로스쿨 특별채용'은 '변호사 경력경쟁채용'으로, 의무경찰로부터 애로점을 알아보는 '소원수리'는 '인권진단'으로 바꿔 쓴다.
교통경찰 업무에서 쓰이는 독특한 용어도 알기 쉬운 표현으로 대체됐다.
도로가 혼잡한 출퇴근시간대 교통관리 근무를 가리키는 '러시근무'는 '혼잡시간 근무' 또는 '출퇴근 교통관리 근무', '스피드건'은 '이동식 과속 단속장비', '뺑소니 사고 조사반'을 줄인 '뺑반'은 '교통범죄수사팀'으로 각각 쓰도록 했다.
'싸이카'를 '경찰 오토바이'로, '딱지 스티커'를 '범칙금 납부 고지서'로, '네다바이'를 '사기'로, '삐라'를 '대북전단' 또는 '대남전단'으로 대신하는 등 외국어를 가져다 쓴 특이 표현도 개선안에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직에서 오랜 세월 쓰던 용어들인 만큼 새 표현이 정착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매달 한 차례씩 대상 용어와 개선안을 전파해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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