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제2의 도시에서 대규모 '클레오파트라' 축제
시민 환호·관광부활 기대속 국내외 취재진 100여명 몰려
(알렉산드리아=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여왕인 클레오파트라가 등장하자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전체가 들썩였다.
30일(현지시간) 낮 12시 30분께 알렉산드리아 지중해 해안 서쪽 끝에 있는 카이트베이 요새 인근 해변 도로인 코르니시.
이집트 오페라 '아이다'의 선율이 시내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자 황금빛에 반짝이는 왕관과 의상을 입은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황금 마차를 타고 화려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등장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진중하면서도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황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에 배치된 50명이 넘는 고대 이집트 군인과 궁녀의 안내를 받으며 도로 오른쪽 방향으로 가두 행진을 시작했다.
해변을 따라 역아치형으로 길게 뻗은 알렉산드리아의 이 도로에선 시민과 관광객들이 클레오파트라 여왕 일행을 향해 일제히 손을 흔들거나 환호를 보냈다.
이렇게 이집트 고대 프톨레마이오스(기원전 305년~기원전 30년) 왕조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재림'에 성공한 듯 보였다.
카이트베이에서 알렉산드리아 다이빙센터까지 약 2km 정도를 행진한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일정 중 하이라이트는 그다음이었다.
그는 고대 이집트 군인들의 경호 아래 다이빙센터 선착장으로 향했다. 이어 대기 중이던 길이 약 6m의 황금색 태양선에 승선했다. 고대 파라오들이 탔던 태양선을 그대로 본떠 특별히 제작한 나무 목선이었다.
태양선은 클레오파트라 여왕을 태우자마자 미끄러지듯 알렉산드리아항 앞바다로 나아갔다. 약 10분 뒤 그 태양선은 알렉산드리아항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바다에 가라앉은 '수중 궁전' 바로 위 수면에 도달했다.
이곳 해상으로부터 약 5~10m 수심 아래에는 십수 세기 동안 잠자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궁전' 유적지가 있다.
이 궁전은 기원후 4세기 경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지진과 범람 등으로 지중해에 서서히 가라앉아 '침몰한 궁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바닷속 궁전 앞에는 이집트 고대 여신으로 추앙받은 이시스의 성전도 있다.
알렉산드리아 시민과 이번 행사를 취재하려고 몰려든 각국 취재진의 반응은 뜨거웠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시가행진을 재연하는 행사가 공식적으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퍼레이드 행사 도중 만난 알렉산드리아 시민 하난(32.여)은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마쓰리'(이집트)를 연방 외쳐댔다.
또 다른 시민 모나 람로운(34)은 "아름답고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던 이 도시에서 오늘처럼 큰 축제를 맞이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이집트가 다시 관광 대국으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실제 알렉산드리아의 해변의 주요 도로 곳곳에선 '카니발 드림 클레오파트라'의 대형 포스트와 이집트 국기가 쉽게 눈에 띄었다.
'클레오파트라 축제'에 직접 참가해 고대 군인 역을 맡은 아므르 하산(23.치과의사)은 "이런 역사적 행사에 참가한 나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집트 문명의 역사는 대략 7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 클레오파트라 축제를 계기로 이집트와 알렉산드리아의 역사적 가치가 다시 한번 조명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클레오파트라의 궁전과 고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다른 유적 대부분은 지금도 이 주변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이집트 고고학자들은 이 해저 유적이 발견된 1990년대 이후 탐사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1998년 클레오파트라 궁전의 이시스 신전이 발굴된 데 이어 2009년에는 고대 신전의 화강암 탑문(Pylon)이 인양됐다.
이집트 언론과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 100여명도 클레오파트라 여왕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고 카메라에 담으며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들 취재진은 순간의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고 일부 기자와 행사 진행 요원 간 몸싸움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번 행사에는 알렉산드리아 주 정부와 이집트 문화부 고위 관계자는 물론 각국 외교 사절단, 해저 유적지 탐사를 해 온 아쉬라프 사브리 알렉산드리아 다이버팀장, 프랑스 수중 고고학자 프랭크 고디오도 참석했다.
1996년 약 6m 바다 아래에서 클레오파트라 궁전 유적을 발견한 고디오 학자는 "알렉산드리아 앞바다에는 아직도 많은 보물이 가라앉아 있다"며 "추가적인 연구와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주 정부와 다이빙팀 등은 내년에도 이같은 취지의 행사를 또다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집트 정부와 유적팀, 알렉산드리아 시민이 클레오파트라 축제를 계기로 관광 대국으로서의 부활을 다시 한 번 꿈꾸고 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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