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통신·담배 등 다른 산업 민영화에 비해 성과 부진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의 우편과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우정(郵政)사업 민영화가 1일로 10년을 맞았지만 "후지산으로 치면 1부 능선이나 2부 능선 밖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이 나왔다.
3일 요미우리·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공적 부문에 흐르는 자금을 민간부문으로 돌려 국민의 저축을 경제 활성화로 연결하겠다"는 목표 아래 일본 우정사업은 민영화 흐름을 타게 됐다.
우정 민영화의 기본방침은 관(官)의 비대화 상징으로도 불린 우편저금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강했지만 민영화 원년인 2007년도 약 182조 엔이었던 저금 잔고는 2016년도에도 179조 엔으로 거의 변함없을 정도로 성과가 미미하다.
민영화를 통해 탄생한 것이 일본우정그룹이다. 일본우정을 지주회사로 하고 자회사로 일본우편, 유초은행, 간포생명보험, 일본우정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등을 거느린 총무성 산하 특수회사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지만 정부의 지분율은 여전히 절반을 넘는다. 2만4천개 우체국을 거느린 우편사업은 부진하고, 주 수익원인 금융사업도 마이너스금리정책으로 그늘이 드리웠다.
일본우정 나가토 마사쓰구 사장은 9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영화 10년에 대한 평가에서 "민영화는 이제 출발한 형국이다. 후지산으로 치면 1부, 2부 능선 밖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자기평가를 인색하게 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평이다. 이메일 보급으로 편지 취급 건수는 줄어드는 가운데 국제물류사업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인수는 실패로 귀결됐다.
2015년 호주 물류회사 돌홀딩스를 인수했지만 실적부진으로 2016회계연도 연결결산에서는 민영화 뒤 처음으로 적자였다. 부동산사업 강화를 위한 노무라부동산홀딩스 인수교섭도 흐지부지됐다.
일본우정그룹이 의지하는 것은 유초은행 등 금융 2개사였지만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정책 영향으로 국채의 운용수익이 추락해버리며 근본적인 수익 개선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투자가들이 일본우정을 보는 눈도 차갑다. 일본정부는 9월말 보유한 일본우정 주식을 한주당 1천322엔(약 1만3천500원)에 추가 매각했지만 2015년 11월 상장시 가격 1천400엔을 밑돌았다.
우정민영화법은 정부가 가진 일본우정 주식 비율을 조기에 3분의 1까지 줄이라고 규정했지만 주식 매각은 부진하다. 9월말 추가매각으로 정부 지분율은 57%가 됐지만 여전히 절반을 넘는다.
일본우정이 가진 유초은행과 간포생명 지분은 89%다. 올 9월까지 전부 매각하려 했지만 2009년 발족한 민주당 정권 하에서 주식 매각 일시 동결 영향에다 우편사업 수익개선 전망이 보이지 않아 주춤하다.
우정민영화를 추진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에서 총무상을 지낸 다케나카 헤이조 동양대 교수는 "빨리 금융 2사의 주식을 팔아 매각이익으로 새 사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수익향상은 없다"고 지적했다.
철도사업 민영화로 탄생한 JR 회사들, 통신사업 민영화 후신인 NTT, 그리고 담배산업이 민영화된 JT(일본타바코산업) 등이 순항하는 것과 달리 일본우정은 민영화 성과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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