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가면 재판에 최대 10년 걸릴 수도 있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에서 사상 최악의 교도소 수감자 살해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초 '카란지루(Carandiru) 학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카란지루 학살' 사건은 1992년 10월 2일 경찰이 상파울루 시 인근 카란지루 교도소에서 일어난 폭동을 진압하면서 수감자 111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생존자들은 폭동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항복하거나 감방에 숨은 수감자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사건이 발생한 지 25년이 지났으나 이에 관한 재판이 아직도 종료되지 않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 74명에게는 1심에서 48∼624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해당 경찰관들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항소했고, 상파울루 주 형사법원은 지난해 9월 이들에 대한 처벌을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가 재심 결정을 내리면서 이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다뤄질 예정이지만, 브라질의 사법 체계를 고려하면 재판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등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사건이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재판에 최대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앞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대변인은 '카란지루 학살'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브라질에서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미주기구(OAS) 인권위원회에서 브라질의 사법 시스템을 소개한 바 있는 한 변호사는 1990년대 중반에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2017년 현재까지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란지루 학살' 사건은 '거미 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엑토르 바벤코 감독에 의해 '카란지루'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돼 2003년 칸 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출품됐고, 브라질의 열악한 교도소 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