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선발 투수 3명·대포 폭발로 2년 만에 '가을 야구'
힐만 감독 '절반의 성공'…스토브리그 숙제는 '불펜 강화'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가을 잔치가 하루 만에 끝났다.
SK는 5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 NC 다이노스와의 1차전에서 5-10으로 패해 탈락했다.
4위 NC에 1승의 어드밴티지를 주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특성상 5위 SK는 1차전을 무조건 이겨야 했다.
그러나 선발 투수 메릴 켈리가 초반에 8점을 주고 무너진 탓에 2년 만에 올라온 포스트시즌을 한 경기 만에 마감했다.
SK는 2년 전에도 5위로 가을 잔치 초대권을 쥐었지만, 4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4-5로 패해 더는 상위 라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도 가을 축제 1라운드에서 탈락했으나 SK는 팔꿈치를 수술한 에이스 김광현의 공백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KBO리그 사상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미국) SK 감독은 특유의 선 굵은 팀 운영과 다양한 전략으로 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SK는 지난해 10월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와 미국프로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지휘봉을 잡은 힐만 감독과 2년간 총액 160만 달러(약 18억3천400만원)에 계약하고 팀 재건을 맡겼다.
힐만 감독이 닛폰햄에서 일본시리즈와 아시아시리즈를 제패해 아시아 야구를 잘 아는 점을 높이 샀다.
힐만 감독의 SK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75승 1무 68패를 거뒀다. SK가 승률 5할 이상으로 시즌을 마친 건 2012년 이래 5년 만이다.
힐만 감독은 파워가 좋은 김동엽과 상황별 대처 능력이 돋보이는 나주환을 중용했고, 김동엽은 홈런 22개와 70타점으로 나주환은 홈런 19개와 65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데이터에 바탕을 둔 수비 시프트를 SK에 확고하게 심었고 뜬공을 멀리 높게 치도록 타구 발사각도를 강조해 타자들의 장타력을 극대화했다.
SK가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팀 홈런 신기록(234개)을 쓸 수 있던 것도 장타를 장려한 힐만 감독의 철학 덕분이다.
힐만 감독은 또 무리한 주루보다 팀의 장기인 장타를 살리겠다며 상황에 맞는 전술로 조직력을 키웠다.
시즌 초반 서진용을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가 부진하자 곧바로 집단 마무리 체제로 전환하고 144경기 중 10개 구단 중 최다인 141번이나 다른 선발 라인업을 작성한 대목 등은 힐만 감독의 변화무쌍한 용병술을 보여준다.
힐만 감독의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SK는 올 시즌 팀 홈런 대폭발 이외에도 두 가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켈리(16승 7패), 박종훈(12승 7패), 스콧 다이아몬드(10승 7패) 세 선발 투수는 10승씩 올렸다.
SK에서 투수 3명이 10승을 올린 건 2009년 송은범(12승), 김광현(12승), 고효준(11승) 이래 8년 만이다.
'홈런 공장장' 최정(46개)을 필두로 제이미 로맥(31개), 한동민(29개), 김동엽(22개)은 구단 창단 후 최초로 20홈런 이상 타자 4명 시대를 열었다.
힐만 감독조차 "이렇게나 많이 홈런을 친 팀을 맡은 적이 없었다"며 타자들의 대포 행진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 타이거즈만큼은 아니나 외국인 선수 3명이 고루 제 몫을 해낸 것도 SK에 복이었다.
내년 김광현이 가세하고, 문승원과 윤희상이 한 단계 발전한다면 SK 선발 투수진은 더욱 강해진다.
타선에선 최승준, 최항, 이홍구 등 파괴력을 배가할 선수들이 즐비하다.
다만, 스토브리그에서 불펜 강화는 SK의 최대 숙제다. 10개 구단 모두 구원진 난조 현상을 겪은 터라 SK는 외부 보강보다 내부 육성으로 불펜 공백을 메워야 한다.
SK 구원진의 평균자책점은 5.63으로 전체 7위에 머물렀다. 팀 블론 세이브는 24개로 가장 많았다.
불펜이 허약한 탓에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역전승을 일군 사례는 고작 3번에 불과했다.
뒷문을 잠글 소방수를 새로 정하는 일이 SK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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