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세기 미라 11구 분석 결과 3구에서 악성종양 발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암이 현대인의 생활 습관에 의해 초래되는 현대병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이탈리아 영문뉴스 사이트 더 로컬에 따르면 이탈리아 피사 대학 연구진이 나폴리의 한 성당에 보존돼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미라 11구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미라 3구에서 악성 종양의 흔적이 발견됐다.
나폴리의 산 도메니코 마조레 성당에 안치돼 있는 이들 미라의 주인공은 15∼16세기 아라곤 왕국의 구성원들로 왕, 왕자, 공작 등 귀족들이 망라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악성종양이 발견된 미라의 나이는 55∼71세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이 된 미라들의 암 발병 비율은 현대 선진국의 암 유병률이 30% 안팎인 것에 비췄을 때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며 "암이 오랜 과거에는 극히 드물었을 것이라는 의학적인 추정은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500∼600년 전 미라에서 암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암이 지금까지 여겨져 왔듯 현대인의 생활 방식과 강한 상관 관계가 없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과거 인류에서 암이 식별되지 않은 이유는 옛날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현재보다 더 짧았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해에서 악성종양을 탐지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다만 악성종양이 발견된 미라들은 모두 상류 계급의 일원인 터라, 당시 평민들이 먹던 전형적인 음식에 비해 당분, 지방이 더 많은 훨씬 더 호화로운 음식을 향유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특정한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지닌 르네상스 시대의 엘리트 계급의 경우, 50∼60세 이후에는 암이 흔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실렸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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