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냉장고·세탁기 반덤핑 제소 이어 이번엔 세이프가드 청원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청원에 대해 "수입 세탁기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하면서 월풀과 국내 가전업체 간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월풀은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영업하는 세계 최대 가전업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켜왔는데 지난해 삼성전자에 냉장고·세탁기·레인지·식기세척기 등 대형가전 시장 1위 자리를 넘겨주는 등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이번 세이프가드 청원 이전에도 2011년 4월 삼성전자·LG전자 등의 냉장고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삼성전자·LG전자 등의 세탁기에 대해 역시 덤핑 판매 혐의로 미 당국에 제소하는 등 무역 분쟁의 '단골 파트너'였다.
월풀은 냉장고의 경우 2011년 냉동실이 하단에 있는 '프렌치형 냉장고'를 원가 이하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듬해 4월 ITC는 이에 대해 기각 판정을 내렸다.
ITC는 "미 상무부가 최근 문제의 제품에 대해 정부 보조금과 덤핑 수출을 인정했지만 ITC는 미국 관련 산업이 이로 인해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거나 위협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세탁기는 달랐다. 미국 상무부는 2012년 12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한 세탁기가 정부 보조금과 덤핑으로 미국에서 저가 판매되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정부 보조금에 대한 관세)를 모두 부과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2013년 8월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는데 WTO가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반덤핑 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월풀은 2015년에는 중국산 세탁기에 대해 덤핑 제소를 하기도 했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었지만,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중국에서 세탁기를 생산 중이어서 올해 1월 최종적으로 반덤핑 관세 판정을 받았다.
다만 삼성과 LG가 이미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과 태국으로 옮겨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풀은 2008년에는 LG전자를 상대로 냉장고 제조와 관련한 기술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소송에서는 LG전자가 승소했다.
가전업계는 월풀의 이처럼 집요한 견제가 결국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가 대형가전 시장에서 '만년 1위'였던 월풀을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선 점 등은 월풀이 느낄 위기의식을 짐작하게 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월풀이 계속해서 한국 전자업체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만큼 이들 경쟁자들이 월풀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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