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우리 강토 둘러싼 말의 전쟁 갈수록 거칠어져"

입력 2017-10-09 11:28   수정 2017-10-09 13:15

이총리 "우리 강토 둘러싼 말의 전쟁 갈수록 거칠어져"

한글날 경축사…"한글 쓰는 남과 북, 세종 뜻 함께 이뤄야"

"이 땅에 전쟁 있어서는 안 되고 결국은 평화적 해결"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요즘 들어 우리 강토를 둘러싼 말의 전쟁이 갈수록 거칠어진다"며 "세종 큰 임금께서 한글을 만들어 백성에게 쓰게 하시면서 이런 사나운 날이 오리라 생각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571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우리 겨레는 너나없이 세종 큰 임금의 후손들"이라며 "세종 큰 임금은 후대가 곱고 따뜻한 말과 글을 주고받으며 평화롭고 넉넉히 살길 꿈꾸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한글을 쓰는 남과 북이 세종 큰 임금의 그러한 뜻을 함께 이루어가기를 한글날에 다짐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정부는 북한이 끝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굳게 힘을 모아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설득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남과 북 사이에 가로놓이더라도 결국은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글날이 '세상에 하나뿐인 날'이라며 나라를 세우거나 되찾은 날을 기리는 국가는 많아도 글자를 만든 날을 국경일로 따로 정한 날은 우리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세계의 수많은 글자 가운에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가 뚜렷한 글자도 한글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한글은 인류의 뛰어난 발명품이고 값진 보물"이라며 "유네스코는 한글 만든 이야기,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 기록유산에 올려놓았다. 한글은 그 제정의 뜻과 과정부터 인류가 두고두고 기릴만한 유산이라고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글은 너무나 빼어난 글자이다. 그러므로 그냥 글자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한글은 글자를 뛰어넘는 위대한 선물을 우리 겨레에게 안겨줬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한글이 준 선물로 ▲한국을 문자해독률이 가장 높은 나라의 하나로 만들어 준 것▲대한민국을 가장 잘 대표하는 자산인 점▲우리 이야기를 고스란히 남길 수 있게 한 점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총리는 "(한글 덕택에) 한국은 문화, 경제, 정치를 이만큼 발전시킬 수 있었다"며 "세종 큰 임금께서 백성 누구나 쉽게 글을 익혀 하고픈 말을 마음껏 글로 쓰도록 하신 뜻이 실현된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 만에 깨우칠 수 있다고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밝힌 것처럼 한글은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또 "우리나라를 제일 잘 나타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국 사람은 거의 모두 망설이지 않고 한글을 꼽는다.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를 쉽게 알리는 상징으로서도 한글만 한 것이 없다"며 "한글은 우리만의 독창성과 합리성과 실용성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에는 자기 말을 남의 글로 적는 민족이 많다. 우리는 우리말을 우리글로 적는 드문 민족의 하나"라며 "'말은 존재의 집'이라고 서양철학자가 말했다. 우리의 존재를 남의 글이 아닌 우리 글로 그려내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올해 한글날 주제가 '마음을 그려내는 빛, 한글'이다. 한글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그려낼 수 있다. 한글은 우리에게 더없는 빛"이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고르는 나라가 늘고, 한국어 능력시험을 보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점, 외국에 있는 한글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점, 해외동포 3·4대 청소년들이 한국어 교육을 열심히 하는 점 등을 소개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참으로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말했다.

이 총리는 우리 선조들이 일제의 조선말 말살정책에 무릎 꿇지 않고 만들어낸 '조선말 큰사전'이 완성된 지 60년이 됐다며 이 사전이 우리 말과 글의 으뜸 곳간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얼과 내일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선조들은 사전을 장만하셨다"며 "그 어른들께서 목숨 걸고 이어주신 우리 말과 글을 오늘 우리가 쓰고 있다. 어른들의 마음이 헛되지 않게 우리는 우리 말과 글을 더 잘 지키고, 더 빛나게 가꾸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정부가 먼저 반성하겠다. 한글을 만드신 세종 큰 임금의 거룩한 뜻을 잘 받들고 있는지, 우리 말과 글을 소중히 여기며 제대로 쓰고 있는지 되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공문서나 연설문을 쉽고 바르게 쓰고 예의를 갖춘 말과 글로 바로잡아가겠다. 우리 말과 글을 찾고 지키며 다듬고 널리 알리려는 민간과 공공의 노력을 더욱 돕겠다"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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