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주주간 계약서' 확보…산업자본이 정관 정하고 이사회 통제"
'BIS 비율 논란'도 지속…참여연대 "억지 유권해석 적용해도 평균치 미달"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금융당국의 거듭된 해명에도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 대한 박근혜 정부 시절의 특혜 논란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은행[000030]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근거로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케이뱅크의 주요주주인 우리은행과 KT[030200] 등이 은행법상 '동일인'으로 드러나 케이뱅크를 소유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10일 케이뱅크 특혜 의혹을 드러낼 또 다른 근거로 케이뱅크 주주들이 작성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주주간 계약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주요주주인 우리은행, KT, NH투자증권[005940]이 사실상 동일인이라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KT가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을 통해 이사회와 경영 전반을 장악, '은산분리' 원칙에 위배됐다는 것이다.
박찬대 의원이 금융위에서 확보한 계약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정관·내규는 주주간 계약에 맞게 작성돼야 하며, 내규가 계약과 일치하지 않으면 즉시 계약의 내용에 맞도록 정관·내규를 개정해야 한다.
결국 "회사의 '헌법'인 정관의 개정도 주주간 계약서의 내용에 맞춰야 해 주주들은 의결권을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한다"며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특정한 방향으로 행사되도록 지시하는 것"이라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계약서에는 이를 위반할 경우 10억 원 또는 발생한 손해 중 큰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주간 계약 이행을 강제하고, 결과적으로 의결권 공동 행사를 유도하는 조항이라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이사회 구성도 문제로 지목됐다. 케이뱅크 이사는 9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이다. 이 가운데 대표이사, 상임감사위원, 최고운영책임자 등 사내이사 3명은 우리은행, KT, NH투자증권 몫이다. 현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KT 측이 임명했다. 우리은행과 KT는 각각 사외이사 1명에 대한 추천권도 있다.
박 의원은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은 이 조항을 통해 케이뱅크의 이사 9명 중 과반수인 5명에 대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추천권을 확보함으로써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주주간 계약서에 따라 케이뱅크의 정관 개정이나 이사회 구성에서 주주들의 의결권이 '특정한 방향'으로 행사되도록 했고, 이는 사실상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것이라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은 은행법상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주주'로서 동일인"이라며 "이들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돼 4%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뱅크 지분(보통주 기준)은 우리은행 10.0% NH투자증권 8.6%, KT 8.0%다.
BIS 비율에 대한 논란도 진행형이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제기한 BIS 비율 논란은 케이뱅크 인가 당시 금융위가 은행법 시행령 유권해석을 통해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삭제된 당시 은행법 시행령은 은행의 대주주가 되려면 해당 기관이 속한 업종의 재무건전성(은행권의 경우 BIS 비율) 관련 기준의 평균치 이상이 되도록 했다.
직전 분기말 기준으로 따지면 우리은행의 BIS 비율이 은행권 평균치를 밑돌았는데, 금융위가 '과거 3년치 평균'으로 유권해석해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권 BIS 비율을 보면 '직전 분기 말'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우리은행이 15.28%로 국내은행 평균(15.37%)을 밑돌고, '과거 3년치'를 기준으로 삼아도 우리은행은 14.35%로 평균(14.38%)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케이뱅크 예비인가 심사 이후 문제가 된 은행법 시행령을 슬그머니 삭제한 것은 언젠가는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 비율이 업종 평균치를 하회하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과 진보성향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케이뱅크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KT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T는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차은택 씨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회사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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