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렌지카운티에도 큰 산불…한인 포함 주민 4천명 대피(종합)

입력 2017-10-10 10:01   수정 2017-10-10 15:19

美 오렌지카운티에도 큰 산불…한인 포함 주민 4천명 대피(종합)

규격형 주택 많아 큰 피해 우려…학교도 대피령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 나파 등 8개 카운티에 대형 산불이 발화한 데 이어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남부 오렌지카운티에도 큰 산불이 나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9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 KTLA 방송에 따르면 캐년 파이어 2호로 명명된 이번 산불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91번 프리웨이와 깁섬 캐년 로드에서 발화해 오렌지카운티를 잇는 241번 유료도로 쪽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오후 4시 현재 불이 애너하임 힐스 등지의 4천∼5천 에이커(16∼20㎢, 490만∼600만 평)를 태웠고 건물 6채가 전소했다.

소방관 1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아직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애너하임 소방당국은 애너하임 지역 1천여 가구 주민 4천여 명에게 강제대피령을 내렸다.

대피한 주민 중에는 한인들도 포함돼 있다고 LA 총영사관이 오렌지카운티 한인회를 인용해 전했다.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으면 애너하임 시가지에도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가까운 롱비치에서도 하늘이 온통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있다.

소방대원 500여 명과 소방헬기, 비행기 수십 대가 화마와 싸우고 있으나 북부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식생이 매우 건조한 데다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오까지 진화율은 0%였다.

오렌지카운티 북부 애너하임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한인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길은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 애너하임 힐스 등 언덕에 있는 주택가를 위협하고 있다.

이 지역 주택가는 능선을 따라 규격형 주택인 '트랙트 하우스'가 상당수 늘어선 지대여서 불이 주택가로 번질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대피령은 241번 유료도로 서쪽 놀랜치 로드와 세라노 애비뉴 동쪽을 중심으로 발령됐다. 오렌지파크 에이커, 노스 터스틴, 이스트 오렌지, 잼버리 로드, 캐년뷰 애비뉴 등지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애너하림 소방국의 대런 와이트 대변인은 "시속 45마일(70킬로)의 돌풍이 불고 있다. 바람이 남서쪽으로 불면서 애너하임과 시티 오브 오렌지 경계 지점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 애너하임 시 중심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 있는 오렌지 샌티아고 캐년 칼리지, 채프먼 유니버시티는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캠퍼스를 폐쇄했다.

또 이 곳 몇몇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애너하임 힐스에 사는 일부 주민들은 출근했다가 불이 난 사실을 알고 귀가하려 했으나 불길이 이미 주택가 진입로로 번져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아이들만 데리고 차를 버려둔 채 도보로 대피하기도 했다.

주민 에릭 슈미트는 LA타임스에 "아무것도 집어 들지 못한 채 맨몸으로 뛰쳐나왔다. 불길이 바로 뒷마당까지 번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새러 네이서는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에 "차에 뛰어들어 무조건 달렸다. 연기가 토네이도처럼 프리웨이를 가득 메웠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대피령이 내려진 가구가 1천여 호이지만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로스앤젤레스 북부에서도 지난달 초 버뱅크, 글렌데일 등 북부 지역에 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1천여 가구가 대피하기도 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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