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우유 소화못해 죽어가는 아이들 위해 두유 개발
2천350명에게 장학금 21억원 지급…인류 건강 위해 몸 바치겠다는 신념 실천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정식품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이 9일 별세했다고 정식품이 10일 밝혔다. 향년 100세.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한민국 최초의 두유 '베지밀'을 개발한 국내 두유 산업의 선구자다.
고인은 홀어머니 아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어렵게 공부해 19세 나이에 최연소로 의사검정고시를 합격, 1937년 명동 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1966년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해 만든 선천성 유당불내증 치료식 두유를 개발해 베지밀로 명명했다.
고인은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하고, 1984년 세계 최대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청주공장을 준공했다.
정 명예회장은 "누구든 공부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장학사업에도 열성을 보였다.
고인은 1984년 '혜춘장학회'를 설립해 지난 33년간 약 2천350명에게 2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정 명예회장이 평생 콩 연구에 몰두한 것은 "인류건강 문화를 위해 이 몸을 바치겠다"는 신념에서다.
소아과 의사로 일할 당시 모유나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식으로 개발한 베지밀이 국내 두유의 시초가 됐다.
고인은 의사 생활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설사와 구토 증세가 심한 갓난아기를 환자로 받았는데 결국 세상을 떴다.
그 후로도 원인 모를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은 계속 생겨났고, 의사로서의 죄책감과 사명감으로 사망 원인을 찾고자 44세에 유학을 결심했다.
영국 런던 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 메디컬센터 등에서 5년간의 유학 생활을 한 고인은 아기들의 사망 원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정상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치료식 두유를 만들었다.
"두유를 만드는 데 인생을 걸었다"며 평생 두유를 개발한 고인은 기업의 이윤추구보다는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의 개발과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고 정식품은 전했다.
시장 1위 브랜드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회사 '자연과 사람들'을 설립, 경쟁기업들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만든 두유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이며 발인은 12일 오전 8시,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지다. ☎ 02-301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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