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독재 정권에 맞선 저항 시인으로 시 '직녀에게'로 유명한 고(故) 문병란 시인의 시집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독자들과 만난다.
한국의 전남과학대 김정훈 교수와 일본 주오(中央)대 히로오카 모리호(廣岡守穗) 교수는 최근 '직녀에게·1980년 5월 광주'를 출판사 후바이샤(楓媒社)를 통해 일본에서 펴냈다고 10일 밝혔다.
이 책은 이달 중순 '문병란 한·일 동시출간기념 선집'(일월서각)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도 출간된다.
책에는 '직녀에게', '희망가'를 비롯한 문병란 시인의 시 80편과 1980년 5월 광주에 관한 시편, 김 교수와 히로오카 교수의 평론으로 구성됐다.
김 교수와 히로오카 교수는 지난 2014년 10월 시집 번역을 시작한 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광주와 문병란 문학'을 주제로 연구회를 열며 교류를 해왔다.
문병란 시인은 가수 김원중씨가 노래로 부른 '직녀에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별이 너무 길다 / 슬픔이 너무 길다 /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통일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서정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현실참여적인 민중문학 운동을 전개한 그는 교편을 잡다가 민주화운동 때문에 해직되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조종자로 지목돼 수배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중과 통일을 노래하며 현실 참여적인 민중 문학 운동을 전개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와 5.18 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그는 지난 2015년 9월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김정훈 교수는 "문 시인은 독재정권에 맞서 화염병 대신 시를 던져 투쟁했으며 광주민중항쟁의 정당성과 역사적 의의를 알리는 데에도 매진했다"며 "책 출판은 평생을 불굴의 투지로 민주와 통일을 노래한 시인의 정신을 일본에 알린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집의 한일 양국 출판을 기념해 주오대 정책문화종합연구소는 18일 일본 도쿄(東京)도 하치오(八王子)시 주오대 다마(多麻) 캠퍼스에서 '시는 언어의 디자인, 사회를 개혁하는 힘인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김준태 시인이 '시는 세계를 변혁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김정훈 교수가 '문병란 문학과 시대의식'을 주제로 발표한다. 일본측 인사로는 사카모토 나오미쓰 시인과 료 미치코 작가, 리키마루 사치코 주오대 교수가 강연자, 발표자로 나선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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