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북핵 용인 필요할 수도"…트럼프 트윗에는 우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로버트 게이츠(74) 전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큰 실수"가 될 것이며 자칫 제3차 세계대전을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게이츠는 9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변호사협회(IBA) 콘퍼런스에 화상 연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이 10일 보도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이날 김정은에게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너무 멀리 가도록 허용됐다면서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종말을 목격한 만큼 그가 핵무기를 포기하지도 설득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덩달아 북한을 비핵화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은 역내에 훨씬 광범위한 참상을 부를 수 있으며 3차대전조차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게이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신 취할 최선의 방법은 중국을 협상자로 내세우면서 함께 탄도 미사일 발사 중단과 추가 핵실험 금지, 핵 프로그램 사찰 허용 등 북한에 구체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대가로 미국은 "한동안"(some period of time) 북한에 대해 핵무기 5~6기의 제한적인 보유를 용인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의 최근 공격적인 행보 자체가 미국은 물론 안정과 진정을 바라는 시진핑에 대한 메시지인 만큼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종종 과대평가되고 있다면서도 중국이 최적의 협상자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전 장관은 트럼프의 트윗 활동에도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김정은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너무 도발적이 되고 있고 트윗이 주는 영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군 조종사나 함정 선장이 연루된 사건 하나가 훨씬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들을 읽으며 절대로 트위터를 발명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마저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그들의 시선을 끈다는 면에서 얻은 것도 있는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제2장(chapter two)"이라며 미국의 전략과 요구사항을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그는 김정은이 미친 사람은 아니라며 자칫 북한의 전멸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반격을 받지 않고 미국이나 일본, 한국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지난 7월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가 아닌 동결을 목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미리 큰 틀의 거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게이츠 전 장관은 1990년대 초반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냈으며 2006년부터 약 5년간 국방장관을 지냈다. 미국 여당인 공화당의 거물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으로 천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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