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업체 투자, 리스크 크고 대학 명예 훼손"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기부펀드 투자처 대상에서 석유회사 등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업체들을 제외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케임브리지대의 기부펀드 규모는 63억 파운드(9조4천500억 원 상당)로 미국 대학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 대학은 이 가운데 일부를 BP, 엑손모빌, 셸 등 다국적 석유회사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 대학 교수 등은 투자 리스크가 크고 대학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면서 이들 회사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라고 대학 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켄트베리 대주교를 지낸 로언 윌리엄스 등 교수들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놈 촘스키 교수 등 활동가들은 케임브리지대의 석유회사 등에 대한 투자가 '파리기후협약'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투자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석유회사나 천연가스회사에 투자하는 게 결코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석연료 생산회사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지 않으면 케임브리지대가 재정 위기를 겪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 명성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들 석유회사 등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을 조직적으로 나쁜 방향으로 몰아가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대학 측이 3억7천만 파운드(5천550억 원 상당)를 이들 석유회사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케임브리지대는 이들 몇몇 석유회사들로부터 연구 기금을 받는 만큼 투자 철회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교수·학생들과 충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학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개 탄소배출 과다업체들로부터 모두 1천580만 파운드(237억 원 상당)를 기부받았다.
BP의 경우 2000년 2천200만 파운드(330억 원 상당)를 케임브리지에 기부해 연구소를 설립하도록 했다.
케임브리지대는 앞서 지난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지목되는 타르샌드(tar sand)와 석탄 생산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투자를 아예 철회하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 측은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왔다면서 향후 투자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기 전 직접 의견을 듣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는 지난 1월 화석연료 생산업체들에 대한 투자 철회가 대학의 연구 프로그램 등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 세계 대학들은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 화석연료 생산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라는 압력을 받아오고 있다.
이런 압력이 거세질 경우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되고 결국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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