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대회 '전통' 잇따라 깨는 시진핑, 절대권력 거머쥘까 촉각

입력 2017-10-10 11:56  

中당대회 '전통' 잇따라 깨는 시진핑, 절대권력 거머쥘까 촉각

68세이상 불문율 깬 왕치산 유임·천민얼 후계자 발탁할지 관심

'시진핑 사상' 당장 편입·상무위원 수 축소여부도 관전포인트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18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지배체제 확립이 가장 핵심 포인트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는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이어지는 최고위 지도부를 새롭게 구성하는 회의다. 시진핑이 지난 5년간의 집권 1기 기간에 과거의 중국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19차 당대회는 '포스트 덩샤오핑(鄧小平) 시대'를 본격화하는 상징적 회의로 여겨지고 있다.

대중국 관계의 급변기를 맞은 한국 입장에서도 중국 집단지도체제의 변화, 시 주석의 권력 강화 여부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당대회를 계기로 중국의 대북 정책이 근본적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도 관심이다.

일단 반부패 사정으로 반대파를 차례로 제거하고, 대대적인 군 체제개혁과 장성인사로 군부를 강력히 장악한 점에 비춰 시 주석의 당내 지배력은 역대 어느 지도자보다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후 수십 년간 이어져 내려온 집단 지배체제의 전통을 모두 깨뜨려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1인 지배체제 확립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유임도 당의 핵심 전통을 깨야 하는 일이다.





◇ 7상8하 원칙 깨지나…왕치산 연임 가능성 촉각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반부패 사령탑인 왕치산 서기가 19차 당대회에서 정년 내규를 깨고 계속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가에는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라는 불문율에 따라 당대회 시점에 68세 이상이면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퇴임하고 67세 이하면 한차례 임기를 다시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왕치산의 정치국 상무위원 연임 문제는 오는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퇴임 예정인 시 주석이 10년 임기 관례를 따르지 않고 집권을 연장할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19차 당대회에서 왕치산이 퇴임하게 된다면 시 주석이 7상8하 내규를 계속 준수하는 것을 의미하고 시 주석의 권력이 당의 내규를 깰 수 있을 정도로는 커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왕 서기는 9일 19차 당대회 직전에 열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18기 6차 전체회의에서 간부들에게 실질적인 '고별 연설'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치산은 최근 장인인 야오이린(姚依林) 부총리 추모 좌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 세대 사람은 그 세대의 길이 있고, 또 그 세대의 사명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왕치산의 유임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시 주석이 자신을 확실하게 밀어줄 보조자가 필요하고 반부패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도 그의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왕치산이 유임할 경우 계속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거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장으로 옮겨 내년 3월 출범하는 감찰위원회를 장악토록 할 가능성이 있다.



◇ '시진핑 사상' 등장하나…시진핑 절대권력 신호탄

인사 문제를 빼면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이 등장할지, 시진핑 사상이 당장(黨章·당헌)에 삽입될지 문제도 시 주석의 향후 절대권력 행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19차 당대회에서 당장 개정안이 제출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시진핑 사상이 어떻게 표출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 주석의 이름이 들어간 '사상'이 명시되면, 이는 '이론'으로서 당장에 규정된 덩샤오핑(鄧小平)을 넘어 마오쩌둥급의 권위가 부여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진핑의 첫 임기가 아직 마무리되지도 않았고, 반부패, 군대개혁, 개혁심화 과제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시진핑 사상'을 공식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당 중앙의 치국이정(治國理政·국가통치) 신이념, 신사상, 신전략'이라는 명의로 시진핑의 주장과 생각이 당장에 삽입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아울러 차기 주자로 급부상한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가 선전·이데올로기 담당 상무위원을 맡아 향후 5년간 '시진핑 사상'을 이론적으로 집대성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후계 지도자 옹립하나…천민얼 급부상

19차 당대회의 또다른 변수중 하나는 천민얼 서기가 특례를 인정받고 두단계를 건너뛰어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할지 여부다.

1960년 출생의 천민얼은 현재 57세로 중국 정계의 4명 밖에 안되는 성(省) 서기중 한명이자 시진핑의 저장성 시절 친위세력인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상징적 인물이다.

천민얼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출은 시진핑의 후계자 지명과 직접 연계된 사안이기 때문에 그의 진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권력승계는 공산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를 맡을 2명의 후계자 후보를 미리 지명하고 5년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출시켜 정치 수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마오쩌둥 시대부터 시작돼 류사오치(劉少奇), 린뱌오(林彪), 덩샤오핑(鄧小平), 자오쯔양(趙紫陽), 후야오방(胡耀邦), 후진타오, 시진핑, 리커창도 모두 이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후보는 연령상 50대 후반을 넘겨서는 안된다.

현재 이런 경력과 연령 규정에 부합하는 후보는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와 천민얼 두사람 뿐이다.

이미 시 주석은 쑨정차이의 면직으로 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 다음 세대의 젊은 지도자를 미리 낙점하는 '격대(隔代) 지정'의 권력승계 구도를 깨뜨렸다.

시 주석이 전임 후진타오가 지목해둔 후춘화 서기는 그대로 남겨둬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올리되 나머지 한자리의 차기 지도자 후보를 자신이 직접 낙점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 주석이 집권연장과 절대권력을 위해 차기 후계자를 명확하게 지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정치국원 개편·상무위원 축소도 관심

25명으로 구성된 중국 공산당의 정치 지도부 정치국 위원단도 대대적인 재편을 앞두고 있다. 시진핑 친위세력이 새롭게 재편되는 정치국 위원단에 대거 합류하며 시진핑의 권력을 공고하게 해주는 기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국 위원단에는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4대 직할시, 광둥성 서기,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서기가 당연직으로 합류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천민얼 서기는 물론이고 차이치(蔡奇)베이징 서기, 잉융(應勇) 상하이시 시장,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판공실 주임 등 시 주석 측근들이 새로운 정치국원단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명보는 최근 25명의 정치국원 중 정년 퇴임자 11명 및 쑨정차이와 함께 최소 15명이 바뀌며 대거 물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국 상무위원 수가 7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지도 시진핑 권력의 수위를 판단할 준거가 될 수 있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 체제가 9명에서 7명으로 바뀐 데 이어 다시 5명으로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시 주석의 권력과 위상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집단지도체제 의미는 한층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정치국 상무위원 수는 줄어드는 대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현재 2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권력 집중을 해소하는 것을 명분으로 한 이 확대방안 역시 시 주석의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권위를 확고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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