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썩듯' 과일의 제왕 두리안 고약한 냄새 비밀 풀렸다

입력 2017-10-10 11:42  

'양파 썩듯' 과일의 제왕 두리안 고약한 냄새 비밀 풀렸다

두리안 애호 싱가포르 癌연구가들, 4만6천개 유전자 분석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열대과일 두리안은 달콤한 맛과 특이한 식감은 물론 정력에도 좋다는 이유로 '과일의 제왕'으로 불린다.

그러나 잘 익은 두리안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먹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양파나 달걀이 썩을 때 나는 것과 유사한 두리안 냄새의 비밀이 유전자 분석에 나선 싱가포르 연구진에 의해 풀렸다고 현지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싱가포르 국립암센터(NCCS) 부소장인 테 빈 틴 교수를 비롯한 5명의 연구진은 두리안의 유전체를 분석해 유전자 지도를 만들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했다.

이들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두리안에서 '휘발성 유황 화합물'(VSC)로 불리는 냄새 화합물을 조절하는 유전자인 '메티오닌 감마 라이에스'(MGL)가 4개나 있어서 마치 양파가 썩을 때 나는 것과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동연구자인 듀크-NUS 의과대학의 패트릭 탄은 "다른 식물들은 대개 MGL을 1∼2개 정도 갖고 있는데, 두리안에는 4개나 있다"며 "이 유전자들이 생산한 휘발성 유황 화합물 생산을 늘리게 되는데, 이는 두리안의 독특한 냄새가 생기는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와 목화 등 두리안 같은 조상을 가진 아욱목 식물들을 비교해, 두리안과 가장 유사한 식물은 목화라는 결론도 내렸다.

연구에 참여한 5명은 각기 다른 연구소에 소속된 암(癌) 전문가들이다.

두리안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독특한 냄새를 파헤쳐보겠다는 일념으로 3년간의 걸친 연구를 진행했으며, 결국 인간보다 2배나 많은 4만6천여개의 두리안 유전자를 완전하게 분석했다.

유전체 분석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두리안이 익으면서 생기는 냄새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숙성도에 따라 다양한 열매가 필요했는데, 익지 않은 열매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익지 않은 열매를 딸 경우 나무가 죽을 것이라는 농장주들의 맹신 때문이었는데, 이 때문에 주말마다 두리안 농장을 돌며 농장주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반면, 이들과 뜻을 같이한 애호가들은 연구비 50만 싱가포르달러(약 4억2천만 원)를 선뜻 내놓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런 과정을 거쳐 얻은 최종 연구결과를 국가공원관리국(NPB)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연구를 주도한 테 빈 틴 교수는 "원래부터 두리안의 고약한 냄새와 뾰족한 껍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고, NCCS의 세드릭 응 연구원은 "열매를 얻기 위해 농부들에게 사정해야만 하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아주 신나는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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