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주체 요구에 맞서 시민단체 파트너십 체결하고 목소리 키우기로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에 들어설 버락 오바마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오바마 재단 사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남부 미시간 호 변의 유서 깊은 시민공원, 잭슨파크에 추진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기념관 건립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주최 측인 오바마 재단의 요구가 표면화하자, 시민감시단체 '잭슨 파크 워치'(Jackson Park Watch)와 '프렌즈 오브 더 파크스'(Friends of the Parks)가 파트너십을 맺고 이에 맞서기 위한 목소리를 키우기로 했다.
이들은 "기금을 모아 변호인단과 전문가를 고용, 오바마 재단의 요구 조건들에 대한 환경적·역사적 영향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마거릿 슈미드 잭슨파크워치 공동대표는 오바마 기념관 건립 프로젝트가 엄정한 검토를 거쳐 공원과 지역사회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오바마 재단이 최근 공개한 사업계획이 주민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나왔다.
오바마 재단은 대통령 기념관 인근 도로 재배치와 지하차도 신설 등을 추진하면서 재정난에 허덕이는 일리노이 주의회에 비용 1억 달러(약 1천100억 원) 지원을 요청했다.
또 시카고대학 남단의 시 소유 녹지공원에 450대 동시 주차가 가능한 지상 주차장을 건설, 기념관 방문자용으로 사용하기 바라고 있다. 시립 골프장 두 곳을 PGA대회 개최가 가능한 고급 골프장 1개로 재설계하면서 1만7천여㎡ 규모의 생태보호단지와 주민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은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일리노이 주 민주계 정치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통령이 직접 모은 기금과 사적 기부금으로 건립하도록 된 시설에 막대한 주민 혈세를 투입하고 더 이상의 공공자원을 내주는 일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오바마 기념관 건립 사업이 투명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해왔고, 막상 뚜껑이 열리자 "지역주민들이 소외된 개발"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주민 공청회에 화상으로 참여, 재단 측 입장 설명하면서 지역주민들이 요구한 '지역혜택협약'(CBA) 서명을 거부해 더 큰 반발을 샀다. 지역혜택협약은 개발과정에서 사업자에게 집중되는 수익의 공정한 사회적 분배를 약속하는 것이다.
슈미드 대표는 "기존 시설을 개선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시민들이 애용하는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빼앗거나 생태보호구역을 훼손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기념관 건립 프로젝트가 막판까지 베일에 가린 채 추진되다가 이제 본격 시동을 켠 만큼, 리뷰 작업을 빠르고 강도 높게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프렌즈오브더파크는 시카고 시가 1973년 제정된 미시간호변 보호 조례와 공공신탁 이론을 무시하고 추진했던 SF영화의 거장 조지 루카스 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를 법정소송으로 무산시킨 단체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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