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등 활용해 美 텃밭서 영향력 확장 꾀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이었던 남태평양 국가들에 영향력을 확대하며 군사기지 건설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10일 보도했다.
명보가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호주 북쪽, 필리핀 동쪽에 위치한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연방공화국의 토지를 임대해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크로네시아는 캐롤라인 제도에 속하는 4개의 큰 섬과 607개의 작은 섬들이 동서 방향으로 펼쳐진 국가다. 대규모 군사기지가 있는 미국 자치령 괌 바로 아래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중국의 군사기지 추진이 가능해진 것은 미크로네시아와 미국이 맺은 '자유연합 협약'이 내년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1947년부터 유엔의 미국 신탁통치령으로 지내다 1986년 독립한 미크로네시아는 미국과 자유연합 협약을 맺고 경제적 원조를 받는 대신 미국이 군사 분야에서 독점적 접근권을 갖도록 했다.
팔라우공화국,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의 다른 섬나라들도 미국과 자유연합 협약을 맺고 있다. 중국은 이들 협약의 기한이 만료되는 것을 계기로 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크로네시아의 일부 섬을 임대한 후에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처럼 인공 섬을 건설하고 군사시설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는 지난 8월부터 가동된 동아프리카 지부티의 해군기지이다. 중국은 이 기지에 함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부두 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중국은 남태평양 국가들과 상호방위협정 등 군사적 협력을 추진하는 것 외에 경제적 협력 강화도 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각국에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미국의 우방국인 뉴질랜드가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일대일로 협력 협의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미크로네시아, 마다가스카르 등 다른 남태평양 국가들도 적극적인 일대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월에는 지구 온난화로 수몰 위기에 처한 팔라우 공화국의 토미 레멩게사우 대통령이 중국의 반(反)온난화 투자에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대만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대만과 국교를 단절했지만, 남태평양에서는 6개 국가가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친대만 성향을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이 지역에서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일부 국가가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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