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경쟁 환경서 이중 규제" vs "통신사급 책무 부여 불가피"
산업 특이점 많고 외국계 포털 관리안 '고심'…데이터 독식도 과제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홍지인 기자 =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대형 포털에 법적 책무를 지우자는 '포털 규제'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포털 규제는 12일 시작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핵심 주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현재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규제의 당위성이나 방법론 등에 관해 국내외에서 아직 합의점이 없다.
그러나 대형 포털이 검색, 뉴스, 동영상, 쇼핑, 메신저 등 일상 곳곳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데다 새 독과점 지적까지 이는 만큼 일정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론이 팽팽해 관련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 "이중규제" vs "필수조처"
포털 규제 추진의 대표 사례로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10일 대표 발의한 '뉴노멀법안'이 있다.
이 법안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인터넷 포털' 사업자를 구분하고 관련 대형 업체에 '지배적 사업자' 여부에 대한 평가를 받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는 등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지금껏 전기통신법에서 포털은 영세 쇼핑몰 사이트나 온라인 게임사 등과 함께 '부가통신사업자'로만 넓게 분류돼 별도의 책무가 없었다.
이런 포털을 SK텔레콤, KT 등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특별 사례로 떼어내 시장 약자에 대한 '갑질 금지' 등의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포털 업계에서는 반발이 크다. 정부의 인허가 대상인 기간통신 사업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경쟁을 벌이는 민간 포털 시장은 성격이 '극과 극'인 만큼 동급 취급이 부당하다는 얘기다.
포털 시장은 이미 다른 산업처럼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를 받고 있는데, 이처럼 별도의 법적 장치를 두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학)는 이와 관련해 "특정 포털 업체를 사전에 규제하겠다는 것은 우리 공정거래법 체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실제 시장 지배력 남용 등 문제가 벌어져 사후 규제를 할 때도 포털 시장을 어떻게 획정할지와 어떤 목표 의식을 갖고 접근할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포털 규제에 찬성하는 진영은 현실과 동떨어진 IT 규제 체제가 문제라고 반문한다. 모바일·PC 검색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네이버와 4천만명이 넘는 메신저 가입자를 거느린 카카오 등이 통신사에 맞먹는 영향력을 가지게 됐는데 이들을 그저 부가통신사업자로 놔두는 건 안이한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 '특이산업 포털'…규제에 난관 많아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르고 특이점이 많은 포털 시장을 공정위가 잘 다룰 수 있을지를 두고도 논란이 적잖다.
공정위는 2014년 네이버·카카오(당시 다음카카오)의 경쟁 저해 행위를 적발해 대거 시정 조처를 내렸지만, 당시 결정은 PC만 대상으로 해 현재 IT의 대세인 모바일 서비스가 빠지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에는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던 모바일이 급성장을 거듭해 금세 PC를 제칠지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 일각에서는 공정위 규제가 포털의 기술 혁신 속도를 못 따라갈 공산이 작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 산업 관점에서 이해가 어려운 포털 산업의 특이점도 공정위 규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포털이 사용자와 쇼핑몰·언론사 등 외부 파트너를 단순 중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검색 순위 변경·화면 편집 등으로 파트너를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측면은 다른 업종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
검색 결과 정리나 콘텐츠 자동 추천 등 많은 포털 서비스가 알고리즘(컴퓨터 논리체제)에 따라 자동 관리된다는 사실도 골칫거리다.
알고리즘은 외부에서 구동 원리를 알 수 없어 기업 측이 경쟁 업체를 부당 차별하는 기능을 몰래 집어넣어도 당국이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설령 부당 행위 지적이 일어도 '알고리즘에 따른 우발적 결과'라는 등의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가천대 최경진 교수(법학)는 "서비스 융복합이 잦은 포털 산업은 독과점 규제 때 어려운 대상인 건 맞다. 통신사를 다루던 방식으로 포털을 규제하는 것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패러다임의 적극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외국 사업자가 빠져나갈 구멍 많다"
외국계 포털의 규제 방법도 핵심 쟁점이다. 구글·페이스북 등 사업자는 본사와 서버가 모두 한국 밖에 있어 부당 행위를 해도 제재 등 조처를 할 길이 마땅히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2010년 구글의 '스트리트뷰' 파문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구글이 지도 사진 서비스인 스트리트뷰를 만들며 무선 인터넷(와이파이)망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사실을 적발해 검·경 수사까지 벌였지만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미국 구글 본사의 관계자들이 수사에 응하지 않아 기소중지로 사건이 종결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에 문제의 책임을 물어 과징금 2억1천여만원을 부과했지만, 이 조처도 4년 만인 2014년에야 이뤄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이 때문에 포털 규제가 토종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외국계 업체가 대폭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의 발목만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성태 의원의 뉴노멀법안은 외국 포털에도 같은 책무를 지운다는 '역외적용' 규정을 명시했지만, 포털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이 많다.
이와 별도로 방통위는 인터넷 플랫폼(기반 서비스)의 부당 행위를 막는 고시를 외국계 업체에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방안과 관련해 법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데이터 독식 폐해도 고민해야
많은 국내외 IT 전문가들은 포털 규제 논의에서 데이터 집적(쏠림)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포털 사업자는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썼는지 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자사 입지를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예컨대 온라인 쇼핑에서 사용자의 선호 의류를 파악해 상품을 정교하게 배열하면서 매출을 늘릴 수 있고, 대중이 어떤 동영상에 열광하는지를 알아내 성공 확률이 높은 신사업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다. 데이터가 힘이자 자산인 셈이다.
문제는 데이터가 소수 포털에 쏠리면서 '강자 독식' 구도가 굳어지고 시장 경쟁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활동의 결과물인 데이터로 특정 기업만 부를 쌓는 것이 부당한 만큼 일정 비율로 사용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학계에서는 데이터가 몰리는 주요 사업자에 대해 업계 활성화와 사회 공헌의 책무를 제도화하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 대안이라는 진단이 많다.
단 이런 대안에는 선결 조건이 있다. 데이터의 미래 가치를 산출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데이터 집적의 대가로 공헌 등 책무를 명확하게 부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미디어 육성기관 메디아티의 강정수 대표(경영학 박사)는 "포털이 수집하는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얼마의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관해 국내외에서 아직 뚜렷한 연구 성과가 없다. 공적 영역 등에서 관련 연구를 활성화해 데이터 집적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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