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도네시아·베네수엘라·리비아 등 지연·중단 잇따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야심 찬 해외 고속철도 투자 프로젝트가 각종 규제와 비용 문제 등으로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하나로 태국에서 추진하는 고속철도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이 환경영향평가 승인 문제로 내년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태국과 중국은 2014년 방콕에서 라오스를 거쳐 중국 쿤밍(昆明)까지 연결되는 철도 건설에 합의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지연되다가 올해 7월에야 1단계 사업이 태국 정부에 의해 승인됐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수도 자카르타와 반둥 지역을 잇는 고속철도 사업을 중국이 추진하고 있지만, 현지의 복잡한 토지수용 절차 때문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지수용과 설계 변경 등으로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의 예산은 당초 52억 달러에서 60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난 실정이다.
중국은 저렴한 건설 비용을 앞세워 고속철 사업을 잇달아 수주했지만, 이마저도 현지 정부의 열악한 재정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고속철 건설 비용은 ㎞당 1천700만∼2천100만 달러 수준으로, 유럽 국가의 2천500만∼3천900만 달러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태국에서 추진하는 고속철 사업의 예산을 당초 160억 달러 수준으로 잡았던 중국은 태국 정부의 재정난으로 인해 사업 예산을 그 3분의 1 수준인 51억 달러로 줄여야 했다.
정치 불안과 경제난은 중국 정부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악재이다.
중국은 리비아에서 수도 트리폴리와 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를 잇는 35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이는 백지화됐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는 총연장 468㎞의 고속철 사업을 수주했으나, 국제유가 폭락으로 베네수엘라 정부의 재정난이 극심해지면서 언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이다.
멕시코에서 중국이 수주한 고속철 사업도 입찰 과정의 투명성을 이유로 2014년 멕시코 정부가 갑작스레 취소해 버렸다.
미국에서는 '엑스프레스웨스트'(XpressWest)라는 기업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고속철 사업을 중국이 추진했으나, 2016년에 결국 중단됐다.
이는 미 정부가 자국 기업이 아닌 다른 나라 기업이 고속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SCMP는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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