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독립은 유럽대륙 민족주의 발흥의 '판도라 상자'

입력 2017-10-10 21:54  

카탈루냐 독립은 유럽대륙 민족주의 발흥의 '판도라 상자'

카탈루냐 독립, 위기에 처한 EU 통합 노력에 또다른 '먹구름' 드리워

EU·유럽각국, '통합 통한 평화 증진' EU 대의 훼손될까 '전전긍긍'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 움직임이 금융위기와 우파 포퓰리즘의 득세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려는 유럽연합(EU)의 통합 노력에 또다른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카탈루냐가 실제로 스페인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할 경우, 유럽대륙 각지에서 억눌려왔거나 잠재된 민족주의가 봇물 터지듯 분출해 유럽의 정치적 안정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내부와 EU 중심국들에서는 카탈루냐의 독립 추진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독일과 함께 EU를 주도하는 국가인 프랑스의 나탈리 루아조 유럽문제 담당 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카탈루냐의 일방적인 독립 선언은 절대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독립이 인정된다면 카탈루냐가 자동으로 EU를 떠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고위 관료가 이웃 나라인 스페인의 내정 문제에 직접 논평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최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의 통화에서 스페인의 단결을 지지한다며 카탈루냐의 독립에 반대 의사를 거듭 표명했다.

유럽의 주요국 정부들과 주류 정당들은 실제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독립하면 민족 우선주의와 그에 따른 국경통제, 문화적 배타주의 등 역사상 유럽대륙에서 주요 전쟁들의 원인이 된 폐쇄적 민족주의가 발흥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유럽문제 에디터인 토니 바버는 최근 칼럼에서 "유로존 금융위기가 수십 년에 걸친 유럽연합의 통합 노력을 거의 해체할 뻔한 마당에 카탈루냐 민족주의자들의 독립 추진은 (유럽에서 민족주의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부쩍 심각해진 난민과 이민자 문제, 테러리즘, 우파 포퓰리즘, 동유럽 EU 회원국들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 역행 등의 '골칫거리'에 민족주의의 물결까지 더해진다면 '통합을 통한 유럽대륙의 평화 증진'이라는 EU의 대의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이런 목소리를 높이는 대표 주자는 집권 국민당의 유럽의회 원내대표인 에스테반 곤살레스 폰스 의원이다.

그는 유럽의회에 참석하거나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스페인에서 카탈루냐가 떨어지게 놔둔다면 유럽대륙 전체에 '도미노 효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카탈루냐의 독립 움직임은 유럽 각국에서 분리독립 열망에 기름을 붓고 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와 집권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2014년에 이미 독립 주민투표에서 부결이라는 결과를 안았지만 최근 들어 카탈루냐의 움직임에 고무되는 분위기다. SNP는 최근 수차례 스페인 정부를 향해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압도적 찬성표를 존중하라"며 카탈루냐의 독립 승인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벨기에의 네덜란드어권인 플랑드르 지방의회 측도 대변인 논평에서 "유럽 각지에 독립을 향한 동력이 이미 존재한다. 스코틀랜드를 보라. 이는 유럽의 어떤 정부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국의 또 다른 자치령인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 민족주의' 부활은 영국 당국이 가장 예의 주시하는 부분이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라는 군사 조직이 영국을 상대로 오랫동안 무장독립투쟁을 벌였던 주 무대인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국교회(신교)에 대항해 가톨릭을 기반으로 한 아일랜드 민족주의가 강하게 남아있다.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 외에 바스크지방 역시 분리독립 운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최근 많이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독립을 열망하는 분위기가 남아있으며 테러로 악명높은 무장독립투쟁 조직 에타(ETA)가 30년 이상 활동하다 최근에야 완전무장해제를 선언했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코르시카,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루마니아의 헝가리 소수민족 사회 등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분리독립을 희망하는 지역은 유럽 산재해있다.

FT 칼럼니스트 토니 바버는 "스페인과 카탈루냐 문제의 지정학적 함의에 대한 우려가 결코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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