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변동 없을 듯…독립 추진 시엔 '라리가 이탈 위기'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해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일단 후퇴'의 길을 택하면서 카탈루냐의 '축구 독립'도 한동안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떨어졌다.
이달 1일(현지시간)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에서 유권자의 43%가 참여한 가운데 90%대의 찬성률을 기록, 독립선언 추진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속한 카탈루냐 팀의 미래도 안갯속에 빠졌다.
분리독립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자 프리메라리가는 카탈루냐가 독립할 경우 지역 클럽은 리그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클럽 그 이상(Mes que un club)'이라는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 카탈루냐에서 단순히 하나의 축구팀을 뛰어넘는 상징성을 지닌 바르셀로나 구단의 거취는 큰 관심사였다.
바르셀로나는 주민투표가 진행된 1일 라스팔마스와 홈 경기 일정 변경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관중 경기를 펼쳤고, 투표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스페인 당국에 항의하는 의미로 클럽을 일시 폐쇄했다.
구단 차원의 공개적 독립 지지는 삼갔으나 투표의 정당성에 힘을 싣는 모양새였다.
일단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10일 의회에 독립 선언절차 중단을 요청하면서 극단적 상황은 피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날 연설엔 독립선언 요건을 충족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스페인 정부는 이를 '암묵적 독립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향후 급변 가능성도 여전하다.
카탈루냐가 분리독립을 추진해 이룬다면 어떤 형태로든 바르셀로나의 거취는 영향을 받게 된다. 당사자들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테바스 회장의 말처럼 프리메라리가를 떠나야 한다.
이때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카탈루냐 팀들의 선택지는 크게 '자체 리그'나 '타 리그 편입' 정도로 추려진다.
현재 프리메라리가 소속인 3개 팀(바르셀로나·에스파뇰·지로나) 외에도 카탈루냐 축구협회에 팀들이 등록돼있어 리그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큰물'에서 이미 최고가 된 리오넬 메시 등 스타 선수들이 미약한 카탈루냐 리그에 머물지는 미지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인 웨일스의 스완지시티, 스페인 리그에 속한 안도라 팀처럼 다른 리그에 편입되는 방안도 거론된다.
헤라르드 피게라스 카탈루냐 스포츠장관은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독립하면 바르셀로나와 에스파뇰, 지로나는 어디서 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장소는 스페인은 물론 이탈리아, 프랑스, 잉글랜드 등 인접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바르셀로나 회장은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독립이 이뤄지면 조심스럽게 논의가 필요한 일"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카탈루냐 내부의 사정과는 별개로 카탈루냐 클럽의 이탈은 결국 프리메라리가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거라는 게 중론이다.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 선두를 달리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세계 축구 최고의 라이벌 매치인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바르셀로나가 프리메라리가를 떠나면 '엘 클라시코'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나 볼까 말까 한 '희귀 경기'가 된다.
같은 리그 안에서 두 팀이 시즌 내내 경쟁하며 끌어들이는 유·무형의 이익을 포기하는 손해가 막심한 만큼 프리메라리가가 바르셀로나를 쉽게 놓기도 어려운 처지다.
song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