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얀마 방문 교황, 로힝야 유혈사태 현장은 안간다

입력 2017-10-11 10:10  

첫 미얀마 방문 교황, 로힝야 유혈사태 현장은 안간다

유혈사태 발생 라카인주·방글라 난민촌 방문계획 없어

수치·군부·불교 지도자와 면담…로힝야 문제 언급할지 관심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힝야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하지만, 유혈사태 현장과 난민촌에는 가지 않는다.

다만, 교황은 미얀마 불교계 지도자와 인종청소 논란의 중심에 선 미얀마 군부 지도자들도 만날 예정이어서 로힝야족 사태에 관한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11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로마 교황청은 다음 달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시아 순방 세부 일정을 공개했다.

일정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달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6박 7일 일정으로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잇달아 찾는다.

현지시각 27일 오후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 도착하는 교황은 환영 행사에 참석하고 이튿날 오후 행정수도인 네피도로 건너가 틴 초 대통령을 비롯한 미얀마 정부 관계자, 외교관리 등과 면담하고 곧바로 양곤으로 돌아온다.

교황은 29일에는 미얀마에서 첫 미사를 집전하고 이어 불교계 원로들과 현지 주교단을 만날 예정이며, 30일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끝으로 첫 미얀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어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교황은 수도 다카에서 공식 환영 행사와 순교자 추모 행사, 총리 및 외교단 면담 등에 참여하며 미사를 집전하고 테레사 수녀 자선재단이 운영하는 시설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교황의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와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의 미사를 집전하지만, 로힝야족 유혈사태의 현장인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와 5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몰린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등은 방문하지 않는다.






다만, 교황은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와 별도로 면담하고 현지 정치인 및 외교관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의 중심에 선 군부 관계자들과도 만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교황청 고위 관리는 "현지 정치인 및 외교관들과 만나는 자리에 군부 지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며 "교황이 이 자리에서 이번 순방에 관한 기조연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황은 미얀마 불교계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상가 마하 나야카'에서도 연설할 예정이어서, 로힝야족 사태에 관해 언급할지에 촉각이 모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차례 미얀마의 로힝야족 박해와 유혈사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로힝야족 유혈사태 초기인 지난달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에서는 "종교적 소수인 로힝야 형제들이 박해받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 있다"며 "그들이 완전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또 그는 앞서 지난 2월에도 "로힝야족은 단지 그들의 문화와 이슬람 신앙대로 살길 원한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며 핍박받는 로힝야족을 위해 함께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지난 8월 25일 로힝야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30여 곳을 동시에 습격했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도 경찰초소를 공격한 적이 있는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했고, 미얀마군은 병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서면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고 52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테러단체 소탕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민가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고, 이런 주장을 토대로 유엔 등도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소탕전이 안보 차원의 정당한 활동이며, 외신들이 조작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보도해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반박해왔다.






한편,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 속에 전날 양곤에서 불교와 천주교, 이슬람, 힌두교 등 다양한 종파 지도자들과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종교간 화합을 위한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자국내 종교갈등을 국제사회의 개입 없이 스스로 풀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21세기 아시아 최대 난민사태를 유발한 로힝야족 문제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이런 보여주기식 행사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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