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공화국' 과연 실현가능한 계획인가

입력 2017-10-11 10:20   수정 2017-10-11 11:13

'카탈루냐 공화국' 과연 실현가능한 계획인가

분리독립 시 EU 자동탈퇴에 따른 경제타격·재원조달 가능성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 중인 카탈루냐가 독립선언만을 남겨둔 가운데 실제 독립으로 이어질 경우 '카탈루냐 공화국'이 단독 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에 성공한다는 가정하에 독자적 소국으로 생존하기 위해 어떤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지 살폈다.

카탈루냐는 국기, 자치의회, 자치정부 수반 등 웬만한 소국이 갖춰야 할 형식적인 요건을 어느 정도는 갖췄다.

자치경찰(모소스 데스콰드라·Mossos d'Esquadra)을 보유하고 카탈루냐 무역·투자를 도모하는 소규모 해외 공관을 세계 각지에 두고 있으며 교육이나 건강보험 등 일부 공공 서비스도 자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BBC는 '카탈루냐 공화국'이 완전한 독립국의 역할을 담당하려면 출입국관리소와 세관, 중앙은행 등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고 항공교통관제, 국방, 외교 등을 독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카탈루냐가 신생 국가의 형태를 갖추는 데 드는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느냐다.

카탈루냐가 스페인 내에서도 부유한 자치지역임은 분명하다. 카탈루냐 인구는 스페인 전체 인구의 16%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19%를 담당하고 있으며 전체 수출액의 25% 이상을 책임진다.

관광 부문에서도 지난해 스페인 전체 관광객 7천500만명 중 1천800만명이 카탈루냐를 행선지로 꼽았고 카탈루냐 내 바르셀로나의 항만은 물동량 면에서 유럽연합(EU) 상위 20개 항만에 속한다.

카탈루냐에서 징수한 세금도 재정지출을 훌쩍 뛰어넘는다.

문제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부채가 770억유로(약 103조 853억원)로 카탈루냐 GDP의 35.4%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중 520억유로(약 69조6천374억원)를 스페인 중앙정부에서 빌렸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2012년 재정난 당시 해외 자본시장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지자체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 기금을 마련해 카탈루냐도 670억유로(약 89조7천251억원)를 대출받았는데 독립하면 이 혜택도 누릴 수 없게 된다.

EU로부터 퇴출당하는 것도 분리독립시 우려되는 문제로 꼽힌다.

카탈루냐 수출량의 3분의 2가 EU 회원국과의 거래일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경우 일단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가입 시 스페인을 비롯한 EU 전체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재가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EU 회원국이 아니면 특별한 조약이 체결되지 않는 한 재화, 용역, 노동력, 자본이 국경을 아무 장벽없이 넘나드는 EU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

유로화를 쓰는 카탈루냐로서는 화폐도 문제다. 지난 2015년 스페인중앙은행 총재는 카탈루냐가 분리 독립할 경우 유로존에서 퇴출돼 유럽중앙은행을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로존에 재가입하려 하더라도 스페인과 그 동맹국들이 카탈루냐의 가입을 막으면 달리 맞설 방안도 없다.

카탈루냐도 이탈리아 동부 산마리노 공국이나 바티칸처럼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EU의 허가를 받고 유로화를 사용하거나 코소보, 몬테네그로처럼 EU의 허가 없이 유로화를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BBC는 이런 여러 제약으로 인해 카탈루냐가 독립국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제로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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