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세대' 다룬 '미스 프레지던트'…"공존을 고민할 때"

입력 2017-10-11 10:42   수정 2017-10-11 13:40

'박정희 세대' 다룬 '미스 프레지던트'…"공존을 고민할 때"

'MB의 추억' 선보인 김재환 감독 신작 다큐 26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청주에 사는 노인 조육형 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에 절한 뒤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한다. 새벽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박정희 추모제에 참석하고 태극기 집회 현장에 가기도 한다.

그는 새마을 운동 역군으로 자신의 존재를 불러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감사가 삶의 힘이고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울산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김종효 씨 부부는 식당 벽을 육영수 여사의 사진으로 도배했다.

"육 여사가 돌아가실 때부터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부인은 흰 한복을 입고 병든 자를 안아줬던 육영수 여사 이야기만 나오면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듯 슬픔과 추억에 잠긴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정희·육영수 팬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5년을 다룬 '엠비의 추억'을 선보였던 김재환 감독의 신작이다.

김 감독은 작년 여름부터 올해 박근혜 탄핵 직후까지 이들을 따라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 속에는 박사모의 과격한 태극기 집회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은 과격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지난날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덕분"이라고 감읍하면서 그 딸을 위해 태극기라도 드는 게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김 감독은 이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트루맛쇼'(2011), 'MB의 추억'(2010), '쿼바디스'(2014) 등 권력층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고발했던 전작과 비교하면 따뜻한 시선이 느껴질 정도다.

김 감독은 '미스 프레지던트'에 대해 "박사모의 영화가 아니라 박정희 신화와 육영수 판타지를 공유하는 '박정희 세대'에 대한 영화"라며 "'박정희는 잘했고 육영수는 그립다'는 정서를 공유하는 이들이 박근혜 탄핵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하고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영화는 촛불 세대와 박정희 세대 사이에 놓여있는 장벽을 훌쩍 넘어서 박정희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분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며 "이분들과 어떻게 대화할까 공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 제목의 '미스'는 영어로는 'Mis-'로만 표기돼 있지만,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박정희·육영수 신화(Myth)를 공유하는 세대가 박근혜의 탄핵(Mis)을 겪으면서 무너져 가지만, 그들은 여전히 박정희·육영수를 그리워한다(Miss)"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인 10월 26일 개봉한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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