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자유당, 연정 참여 이미 정해진 일 인식…2000년 같은 파동 없을 듯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오스트리아에 17년 만에 중도우파와 극우 정당의 연립정부가 들어설 전망이다.
AFP통신은 극우 자유당이 이달 15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제2 또는 제3당으로서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이끄는 중도 우파 국민당과 연정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11일 전했다.
자유당은 선거권이 박탈됐던 나치 부역자들이 1956년 만든 정당이다.
나치 SS 친위대에서 복무한 전력을 가졌던 안톤 라인트할러 당 대표는 범게르만주의를 주장하는 인물이었다. 중도 우파의 기득권에 질린 자유주의자들도 일부 당에 참여했다.
1980년대 자유주의자들이 당을 잠시 장악하면서 자유당은 1983년 의회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1986년 총선에서 1.2%라는 저조한 득표율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자유당은 1990년대 후반 외르크 하이더가 등장하면서 양대 정당인 중도좌파 사민당과 국민당을 위협하는 자리까지 올라섰다.
부모가 나치 부역자였던 하이더는 타고난 선동가의 기질을 십분 활용하면서 인종차별주의, 외국인혐오, 반 EU 정서를 자극해 1999년 총선에서 27%의 득표율로 자유당을 제2 정당에 올려놓았다.
그해 총선에서는 사민당이 다수당이 되고 자유당, 국민당이 같은 의석수를 확보했는데 이듬해 다수당인 사회당을 배제하고 국민당과 자유당이 연립정부를 꾸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연일 자유당에 반대하는 집회가 벌어졌고 EU는 제재로 오스트리아를 압박하는 사태가 장기간 이어졌다.
하이더가 자유당 당수에서 물러나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국정 추동력을 상실한 우파 연립정부는 3년간 이어졌다.
자유당은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며 주목받지 못했다.
하이더의 뒤를 이은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현 당수는 당권을 잡은 뒤 하이더보다 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 구호를 내세워 선명성을 부각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노선을 바꿔 나치 색채 지우기에 나섰다.
2015년 유럽을 덮친 난민 사태와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득세에 올라타며 기회를 잡은 자유당은 지난해 대선 결선 투표에 후보를 진출시켜 유럽을 긴장시켰다.
자유당 후보였던 노르베르트 호퍼가 당선됐다면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처음 극우 정당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
대선 여세를 몰아 자유당은 올해 5월까지도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가 만 31세의 쿠르츠가 국민당을 이끌면서 1위 자리를 내줬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8% 안팎으로 벌어져 사실상 자유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은 작다.
AFP통신은 슈트라헤가 쿠르츠와 연립정부를 꾸리면서 부총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더라도 2000년에 벌어졌던 파동은 반복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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