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BIFF 즐기고 싶어요"…레드카펫에 막힌 장애인

입력 2017-10-11 18:15  

"우리도 BIFF 즐기고 싶어요"…레드카펫에 막힌 장애인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시각장애인 혼자서도 세계적인 영화축제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4년째 부산 금정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 장애인 모니터링 단으로 참여 중인 시각장애인 1급 김현동(50) 씨는 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둘러본 후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올해 BIFF에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상영 목록에 올라 영화팬들을 설레게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했지만 영화제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상영 정보가 담겨 있는 세부 카탈로그에는 점자가 삽입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BIFF에서는 화면 해설 음성이 들어있어 시각장애인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도 상영하지만 정작 시각장애인이 언제 어디서 영화가 상영되는지 정보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김 씨가 영화제 측에 시각장애인 온라인 예매 방법을 문의한 결과 "온라인 예매에 음성 서비스는 없으니 비 장애인에게 부탁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영화의전당 내 점자블록 대부분은 화려한 배우들을 맞이할 레드카펫에 가려져 시각장애인이 이동조차 힘들었다.

영화제 참석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BIFF 순환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다.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영화제를 이용하는 데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영화제 메인 행사가 열리는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관람석에는 장애인 전용석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영화의전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오면 행사용 의자를 빼서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한 장애인은 "작년에도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비장애인의 객석을 뺏는 느낌이 들었다"며 "일반 극장처럼 장애인 전용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영화의전당 야외에 설치된 입장권 발권 부스는 너무 높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티켓 구매를 할 때 의사 소통이 쉽지 않았다.


금정 장애인자립센터 관계자는 "2008년부터 장애유형별로 구성된 모니터링 단을 운영하며 미비점 개선책을 조직위에 요구하고 있는데도 개선되는 게 거의 없다"며 "BIFF 조직위가 장애인을 전혀 배려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영화제 기간에도 장애인 참여환경 모니터링 단을 운영해 장애인 참여환경 개선을 꾸준히 요구할 계획이다.

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영화제 시설 대부분을 대관해서 사용하고 있어 장애인을 위한 편의 공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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