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와 피해자 단둘이 5시간57분…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 2017-10-11 20:17   수정 2017-10-11 20:56

'어금니 아빠'와 피해자 단둘이 5시간57분…무슨 일이 있었나

여중생, 수면제 취해 24시간가량 살아있던 것으로 조사돼

전문가들 "성적 판타지 실행 등 일탈행위 가능성 있어"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여중생 살해·시신 유기 피의자인 '어금니 아빠' 이모(35·구속)씨가 수면제에 취한 피해자 A(14)양을 24시간가량 데리고 있다가 살해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남에 따라 A양이 피살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경찰은 이씨와 이번 사건의 목격자이자 시신 유기 공범인 이씨 딸(14)의 진술이 계속 번복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밝히지 않아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중랑경찰서는 브리핑에서 이씨가 A양을 살해한 시점을 10월 1일 오전 11시53분에서 오후 1시44분 사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경찰이 밝힌 살해 시점인 '9월30일 오후 3시40분에서 7시46분 사이'와 하루 가까운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경찰은 이씨와 이씨 딸의 진술이 계속 번복됐고, 이는 수면제를 과다복용하는 바람에 기억이 온전치 않아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날 수정한 A양 살해 시점과 집 주변 CC(폐쇄회로)TV에 나타난 이씨, 이씨 딸, A양의 행적을 비교해 보면 A양은 9월30일 낮 12시20분께 이씨 집에 들어간 뒤 살해되기까지 24시간 정도 생존해 있었다.

이 사이 이씨 딸이 집을 비운 것은 9월 30일 오후 3시40분∼8시14분, 이튿날 오전 11시53분∼오후 1시44분 등 두 차례다. 또 이씨는 9월30일 오후 7시46분 딸을 데리러 나갔다가 8시14분 돌아올 때까지 28분간 외출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집에 있었다.

이씨와 이씨 딸이 "A양이 집에 들어온 뒤 드링크제에 넣어놓은 수면제를 먹였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볼 때 A양은 피살 시점까지 24시간가량을 수면제에 취한 상태에 놓여있었던 셈이다.

또 이씨와 A양이 단둘이 집에 있었던 시간은 5시간57분에 달한다.


이 시간 동안 이씨가 A양을 상대로 무슨 짓을 왜 저질렀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경찰의 우선 과제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의혹을 풀 범행 동기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 딸은 9월30일 귀가 이후 초등학교 동창인 A양이 집안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따로 자신의 방에서 잠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9월 30일 밤에도 이씨와 A양이 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같이 있었던 것"이라며 정확히 어디서 머물렀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처음에 A양을 데려오라고 딸에게 시키면서 뭐라고 말했는지, 수면제를 왜 먹이도록 했는지, A양과 같이 있는 시간에 뭘 했는지 등은 모두 범행 동기와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이씨가 일부 진술하고 있기는 하나 그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어 추가로 조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찰이 아직 이씨가 24시간 동안 A양을 상대로 무슨 행동을 했는지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그동안 드러난 이씨의 이상행동을 토대로 그가 '성적인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씨의 휴대전화와 클라우드 계정에서 한 달 전 투신자살한 아내가 등장하는 성관계 동영상이 다수 발견된 점, 이씨 집에서 성행위 기구가 나온 점 등으로 미뤄 이씨에게 변태적인 성적 취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 여중생이 수면제에 취해 쓰러진 뒤 피살되기 전까지 이씨가 무슨 행동을 했느냐가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으로 본다"며 "이씨의 클라우드 계정에 성관계 동영상 등이 있는 것을 봤을 때 성과 관련한 동영상을 촬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씨의 성적 판타지에는 신체를 무력화하는 약물을 복용한 여성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며 "전형적인 성폭행은 아니지만, 성도착에 가까운 일탈적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 프로파일러로 활약하다 퇴직한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이씨가 애초에 살인 목적이 아닌 성적 만족을 위해 수면제를 먹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비록 성적 학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성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연쇄살인·성범죄·방화 등을 저지른 범죄자는 점차 더 큰 자극을 원하는 경향성이 있다"며 "이씨의 행동을 봤을 때 의식이 없는 아이에게 성적 환상을 실행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씨에게 통제, 지배, 가학과 같은 성도착증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며 "집에서 음란도구가 다수 발견됐다고 하던데 A양에게 이를 사용했을 수도 있고, 음란 영상이 다수 발견된 점으로 볼 때 A양을 촬영해놨을 수도 있으니 이 부분도 심도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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