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10배 증강' 보도하자 발끈…야권에선 "수정헌법 1조 침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못 박은 미 지상파 방송국 NBC를 겨냥해 방송인가(라이선스)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야권과 언론계에서 반발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런 모든 가짜뉴스가 NBC와 그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어느 시점에서 그들의 라이선스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나. 나라를 위해서도 나쁘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NBC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안보 수뇌부 회의에서 미 핵전력의 10배 증강을 희망한다고 해 회의 참석자들을 경악하게 했다"고 보도한 직후 나온 것이다.
앞서 NBC는 7월 20일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960년대 후반부터 핵무기 보유량이 지속해서 감축된 상황을 보고받자 "보다 많은 양을 희망한다"며 현재 4천 기 수준을 최고치였던 1960년대의 3만2천 기 수준으로 증강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가짜 NBC 뉴스가 '내가 미국의 핵무기 10배 증강을 원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순전한 소설"이라며 "내 품위를 떨어뜨리려고 만든 것"이라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역겨운 언론은 쓰고 싶은 것은 뭐라도 쓸 수 있다"고 NBC 방송을 거듭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NBC를 공격한 건 처음이 아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로 지칭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NBC는 해시태그(#) 가짜뉴스다. 심지어 CNN보다 더 부정직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알려지자 언론계에서 즉각 반발했다.
당장 주식시장에서는 NBC 모회사인 NBC유니버설을 소유한 컴캐스트의 주식이 0.7% 하락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대통령이 언론사의 인가 갱신에 직접 관여한 것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당시뿐이라고 지적했다.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폭로로 궁지에 몰리자 워싱턴포스트(WP)의 플로리다 방송국 인가 갱신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해당 방송국은 인가 갱신을 위해 100만 달러 이상 비용을 써가며 2년 넘게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언론전문 변호사 피터 테넌월드는 "이건 닉슨이 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50년 넘도록 방송국의 인가가 프로그램 때문에 취소된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방송 인가권을 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향해 "대통령의 요구에 저항하라. 언론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톰 우달(뉴멕시코) 의원은 "대통령의 트윗은 권력남용"이라고 비난했고, FCC의 민주당 추천 위원인 제시카 로젠워슬은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여당인 공화당 출신의 언론 이익단체 관계자도 "정부관리가 FCC의 인가 취소 압력을 넣는 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NBC의 방송인가 갱신을 어떤 방식으로 문제 삼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독립연방기구인 연방통신위원회는 방송국에 인가를 내주고 라이선스 보유자를 감독하며 정기적으로 인가를 갱신한다.
NBC 유니버설은 10개의 NBC 방송국을 운영한다. NBC는 또 여러 네트워크 회사들이 운영하는 200여 개 제휴 방송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경쟁사나 시청자가 방송인가 갱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해당 방송사의 명백한 불법행위나 방송을 운영하지 못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언론담당 변호사인 앤드루 슈워츠먼은 "트럼프의 말은 공허한 위협이다. NBC는 방송 인가가 위험에 빠질지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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