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입대 앞두고 짧은 가을 무대
전역 후 1군에 합류해 포스트시즌 맹활약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노진혁(28·NC 다이노스)에게 2015년 가을은 너무 짧았다.
그해 12월 입대를 앞둔 노진혁은 누구보다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바랐다.
당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NC는 구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렸지만, 두산 베어스에 2승 3패로 밀려 플레이오프에서 가을 무대를 끝냈다.
"입대 전에 한 경기라도 더 뛰고 싶다"던 노진혁도 아쉽게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마감했다.
2015년 정규시즌에서 홈런을 한 개도 치지 못한 노진혁은 '대수비' 역할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지만, 3차전에서 9회 투런 홈런을 치는 깜짝 활약도 펼쳤다.
짜릿했지만, 아쉬움이 더 컸던 가을 무대를 뒤로하고 노진혁은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
2년 뒤, 2017년 가을에 노진혁의 이름이 더 크게 들린다.
이번에도 노진혁의 역할은 '백업 내야수'다. 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11일 창원시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바로 노진혁이었다.
이날 노진혁은 3회 초 수비 때 박석민을 대신해 3루수로 나섰다. 주로 유격수로 나서는 그에게 낯선 자리였다.
타석에서 그를 향한 기대감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노진혁은 3-2로 근소하게 앞선 3회 말 2사 2루, 롯데 선발 송승준을 공략해 우중간 담을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올해 1군 무대에서 친 첫 홈런이다.
노진혁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중월 솔로포를 쏘는 등 4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3루 수비도 깔끔하게 소화했다.
노진혁 덕에 NC는 5전3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 1패로 앞서 나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사실 노진혁이 9월에 전역했을 때만 해도, 그의 포스트시즌 출전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노진혁은 올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뛰며 타율 0.315, 11홈런, 68타점을 올렸으나 NC 1군 내야 라인업이 워낙 탄탄했다.
NC는 2루수 박민우, 3루수 박석민, 유격수 손시헌의 탄탄한 내야진을 갖췄고 노련한 지석훈이 백업 내야수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김경문 NC 감독은 노진혁이 전역하자마자 1군으로 불러 몸 상태를 점검하더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노진혁의 이름을 넣었다.
SK 와이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대수비로만 나서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1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2차전에서는 벤치만 지켰던 노진혁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3차전 기회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
노진혁은 사실 대단한 입담을 자랑한다. 2013년 안경을 쓴 학구적인 얼굴 때문에 팬들에게 '노검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팀에서는 밝고 긍정적이고 때론 수다스럽기도 해 '노홍철'로 불렸다.
NC 관계자들은 "노진혁이 인터뷰할 기회가 오면 더 많이 사랑받을 텐데"라고 바라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MVP로 뽑힌 노진혁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을 때 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놀랐다"는 재치 있는 말로 '또 다른 재능'도 과시했다.
2015년 짧은 가을을 보내고 긴 겨울을 견뎠던 노진혁이 2017년 가을 화려하게 돌아왔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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