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고려청자 등 120점 수중 조사서 찾아내
(서울·명량해협=연합뉴스) 박상현 정회성 기자 = 정유재란(丁酉再亂) 당시 철이 없어 돌로 탄환을 만들어 왜군에 맞섰던 조선수군의 절박한 사정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전남 진도와 해남 사이 명량해협에서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올해 5월 시작한 명량해협 수중발굴조사 성과를 12일 현장에 정박 중인 탐사선 누리안호 선상에서 공개했다.
올해 발굴에서는 돌을 둥글게 갈아 만든 지름 약 2.5㎝ 크기 조란탄(鳥卵彈)이 2012년 이후 모두 5차례에 걸쳐 진행된 수중탐사에서 최초로 나왔다.
조란탄은 조선수군이 화약 20냥을 잰 지자총통으로 300발가량을 한꺼번에 쐈던 둥근 공 모양 탄환이다.
새알처럼 생겨서 조란탄으로 불렸는데 원재료는 돌이 아니라 철이다.
연구소는 발굴된 돌탄환에 대해 "철탄을 만들 여력조차 없었던 조선수군의 당시 심정과 상황을 입증하는 사료"라고 평가했다.
조사 지점은 정유재란 시기 이순신 장군이 12척 배로 왜병 함대 133척을 물리친 울돌목에서 남동쪽으로 약 4㎞ 떨어진 곳이다.
명량해전 직전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으며 이순신 장군도 난중일기에서 '무수히 많은 조란탄을 쐈다'고 기록했다.
조란탄보다 크기가 큰 돌포탄(석환·石丸), 현대 무기에 비유하면 기관총 방아쇠 구실을 한 노기 등 다른 전쟁유물도 함께 발굴됐다.
노기는 함선에 거치해서 쓰는 석궁 형태 자동화기 쇠뇌의 방아쇠 부분이다.
수적 열세였던 조선수군이 왜병 장군을 저격하고자 당대 고급무기를 투입했음을 보여준다.
전쟁유물을 포함해 올해 나온 유물 120여점 중에는 고려청자가 많았다.
아름다운 비취색과 화려한 문양이 특징인 청자 잔과 유병(油甁·기름을 담는 병)이 물 밖으로 나왔다.
생산 시기는 12∼13세기가 대부분이고 전남 강진에서 만들어진 청자가 많았다.
이외에도 닻이 물속에 잘 가라앉도록 하는 닻돌이 10여점 발굴됐고, 선원들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유물인 금속 숟가락도 찾아냈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 최첨단 탐사 장비인 수중초음파카메라와 스캐닝소나를 도입해 유물 매장처로 추정되는 곳에서 다수의 유물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5차례에 걸친 조사로 발굴한 유물 수는 모두 910여 점으로 늘었으나 기존에 나왔던 총통이나 노기(弩機·쇠뇌) 같은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명량해협은 남해와 서해를 잇는 길목으로 예부터 많은 배가 왕래했으나 조류가 빨라 난파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고 전한다.
고려 후기 무신인 김방경이 삼별초군을 진압하기 위해 상륙한 벽파항과도 가깝다.
김병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명량해협 발굴을 내달 2일까지 한 뒤 조사 보고서 작성에 들어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장소를 바꿔 전남 영광 앞바다에서 수중발굴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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