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제왕절개 분만이 비만과 연관이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학 의대 중개의학연구실의 마리아 도밍게스-벨로 박사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쥐는 정상적으로 출생한 쥐에 비해 자라면서 몸집이 훨씬 커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티스트와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1일 보도했다.
제왕절개 방식으로 출생시킨 쥐 34마리와 정상적으로 태어난 쥐 35마리의 체중 변화를 지켜본 결과 생후 15주에 제왕절개 분만 쥐들이 정상 분만 쥐들에 비해 몸무게가 평균 33%나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도밍게스-벨로 박사는 밝혔다.
제왕절개 분만 쥐의 경우 특히 암쥐의 체중 증가가 두드러져 정상 분만 쥐에 비해 체중이 무려 70%나 더 불어났다.
숫쥐는 제왕절개로 태어났어도 정상 분만 숫쥐와의 체중 차이가 15%밖에 나지 않았다.
포유동물에서 제왕절개 분만이 태어난 자손의 체중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이다.
인간의 경우도 제왕절개 분만과 비만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역학조사 결과들이 있다.
그 이유는 출생 때 모체의 세균총(microbiome)이 자녀에게 전달되어야 하는데 제왕절개가 이를 가로막기 때문이라는 학설이 유력하다.
모체로부터 받은 세균총이 태어난 아기의 초기 발달 과정에서 면역계와 대사 시스템을 "교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도밍게스-벨로 박사는 이 두 그룹의 쥐들이 젖을 뗀 4주쯤 후인 생후 8주에 장(腸)에 서식하는 세균총의 분포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암주, 숫쥐 가릴 것 없이 제왕절개 분만 그룹과 정상 분만 그룹 사이에 세균총의 균형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왕절개 분만 그룹은 정상 분만 그룹에 비해 락토바실러스균과 에리시펠로트릭스균이 훨씬 많은 반면 박테로이데스균, 루미노코카시에균, 라크노스피라세균, 클로스트리디알레스균이 현저히 적었다.
제왕절개 그룹에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박테리아들은 이전 연구에서 몸집이 작은 쥐들에서 많이 발견된 종류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제왕절개 분만이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경우는 10~15%다.
그러나 무통 분만을 위한 선택적 제왕절개 분만이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브라질, 도미니카, 이란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전체적인 제왕절개 분만율이 50%에 이르고 있다. 미국도 33%나 된다고 국립질병통제센터(CDC)는 밝히고 있다.
제왕절개 분만 증가와 함께 비만 인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발전'(Science Advances) 온라인판(10월 11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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