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 역사 절반' 엄재용-황혜민 부부 은퇴…"최고일 때 떠나요"

입력 2017-10-12 15:18   수정 2017-10-12 15:22

'UBC 역사 절반' 엄재용-황혜민 부부 은퇴…"최고일 때 떠나요"

11월 발레 '오네긴'으로 고별무대…2세 계획·무용수 이후 삶도 준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무용수들이 보통 40세 전후로 은퇴하는데 제가 딱 그 정도 나이가 됐어요. 관객에게서 '저 사람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나'란 소리가 나오기 전, 최고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었습니다."(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UBC)은 그만두지만 작은 무대에는 계속 오르고 싶어요. 아내와 함께 최고의 자리에서 함께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발레단 은퇴를 결정했어요."(엄재용)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스타 무용수 부부 황혜민(39)과 엄재용(38)이 오는 11월 발레 '오네긴'을 끝으로 은퇴한다.

엄재용과 황혜민은 각각 2000년과 2002년 UBC에 입단한 이후 발레단 '간판스타'로 활동해왔다. 올해로 엄재용은 입단 18년차, 황혜민은 16년차다. 올해로 창단 33주년을 맞은 발레단 역사의 절반을 함께한 셈이다.

이들은 1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감동을 줬던 무용수", "관객들이 작품을 보다가 문득 떠올리게 되는 무용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황혜민은 담담해 하려 애썼지만, 언론과 팬들을 위해 직접 써 온 손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황혜민은 이 편지를 통해 "15년간 발레단 생활을 하면서 언젠가 다가올 무용수로서의 마지막을 여러 번 상상했지만 오히려 그날이 다가오니 담담하다"며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인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엄재용도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니 걱정과 조급함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연습에 돌입하니 갑자기 담담하고 편안해졌다"며 "담담하고 차분하게 완벽한 무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펼치는 이들이지만, 2세 계획 등 '무용수 이후의 삶'을 현실적으로 고려해 은퇴 결정을 내렸다.

황혜민은 "후회 없이 무대에 선 이후에 아이를 갖자고 재용씨와 늘 말해왔다"며 "최고 위치에서, 충분히 제가 원하는 걸 다 한 뒤에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기 가장 적절한 시점이란 판단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황혜민은 입단 1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격한 뒤 현재까지 UBC의 대표 무용수로 활약했다. 가녀린 체구를 지녔지만, 탄탄한 테크닉과 풍부한 표현력 등으로 드라마 발레에서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아이스하키 선수에서 발레리노로 변신한 엄재용의 강점은 폭넓은 레퍼토리. 클래식 발레부터 드라마 발레, 모던 발레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왔다.

이날 함께 자리한 문훈숙 UBC 단장은 "우리 발레단의 정신과 혼을 가장 잘 보여준, 그리고 그 자체가 된 두 명의 예술가들"이라며 여러 차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단장은 엄재용을 "배려를 왕자"로, 황혜민을 "정성의 여왕"이라고 칭했다.

"재용씨는 제게 영원한 왕자예요. 무대에 서는 것 자체만으로 주는 특별한 존재감과 품위가 돋보이는 무용수입니다. 혜민씨는 관객 마음을 울리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어요. 저를 포함한 지도 선생님들의 말을 단 한마디도 흘리지 않고 다 자기 것으로 흡수했던 무용수예요.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하는 노력과 장인 정신이 지금의 황혜민을 만들었습니다."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이들은 10년 연애 끝에 2012년 부부의 연까지 맺으며 '최초의 현역 수석무용수 부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들이 여태까지 함께 한 공연 횟수가 1천회에 달한다.

황혜민은 엄재용을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온리원)"라고 답했다. 반대의 질문에 엄재용은 황혜민을 "파트너"라고 표현한 뒤 "존중과 신뢰, 배려가 중요한 관계라는 점에서 파트너란 단어는 제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들이 마지막 작품으로 선택한 작품은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명의 원작을 무대로 옮긴 '오네긴'(11월 24~26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다.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갈망하는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오네긴'은 이들 부부가 은퇴 무대로 직접 선택한 작품.

엄재용은 "전형적인 클래식 발레와 달리 연기력 하나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진행되는 작품"이라며 "연기력과 경험, 관록 등을 한꺼번에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퇴 이후 이들은 엄격하고 혹독했던 무용수로서의 삶을 벗어나 나름의 '일탈'을 즐길 계획이다.

"발레리나에게는 머리카락이 소품이라 한 번도 머리를 짧게 자른 적이 없어요. 마지막 공연이 끝난 바로 그 다음 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아주 짧게 잘라보고 싶어요. 그리고 염색이나 탈색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친구들과의 여유로운 브런치 약속도 잡고 싶고요."(황혜민)

"맛집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혼자 배낭여행도 떠나보고 싶고요. 제주부터 서울까지 맛집 탐방 여행을 다녀보고 싶네요."(엄재용)

물론 발레와 영영 이별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제2의 인생 계획으로 후배 양성 등을 꼽았다. 엄재용은 이에 더해 안무 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UBC는 이들의 공로와 은퇴를 기리는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특히 폐막 공연에는 관객과 함께하는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1만~12만원. ☎070-7124-1737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