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역동성 어디 갔나…"저성장 고착화에 대기업 편중"

입력 2017-10-12 15:13   수정 2017-10-13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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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역동성 어디 갔나…"저성장 고착화에 대기업 편중"

한국은행 보고서 "한계기업 적기에 퇴출하고 규제 완화해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2000년대 초반 이후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지속해서 떨어졌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2일 조사통계월보 9월호에 게재한 '우리 경제의 역동성 점검' 보고서에서 "주요 거시지표, 기업동학, 산업구조 및 혁신역량 측면에서 다각도로 살펴 본 우리 경제의 역동성은 추세적으로 저하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집필한 한국은행 조사국의 이정익 차장과 조동애 과장은 경제성장률, 소비·투자, 생산성, 인구구조, 기업진입, 기업퇴출, 기술혁신, 수출집중도, 산업간 생산격차 등 13개 항목으로 '경제 역동성지수'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2002년 4.48을 기록한 역동성지수는 꾸준히 낮아져 작년에는 1.57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과거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도성장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15년 사이 실종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보고서는 "저성장의 고착화, 선진국과의 성장률 격차 축소, 성장잠재력 약화, 생산성 둔화, 인구 고령화 등 전반적으로 경제 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8%로 10년 전(2002∼2006년, 4.9%)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6년 2만 달러 문턱을 넘은 이후 아직 2만 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도 크게 약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효율적 기업의 퇴출 지연, 신생기업의 진입 감소, 기업 규모 간 이동성 약화에 따른 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 제약, 대기업 편중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2012년 31%에서 2014년 27%로 하락했다.

2015년 현재 신생기업의 고용 비중 및 일자리 창출 기여율은 2007년보다 각각 2.9% 포인트, 9.0% 포인트 낮아졌다.

기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해졌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상위 3개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현대자동차)의 비중을 보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말에는 17.8%를 기록했지만, 작년 말에는 25.3%까지 높아졌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38.8%로 미국(12.4%), 일본(15.2%), 영국(18.2%)보다 배 이상 높았다.





산업 역동성 역시 저하되는 추세로 파악됐다.

1990년대 이후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격차가 확대됐다.

수출은 반도체, 전자제품, 자동차, 석유제품 등에 집중돼 있다.

수출액 상위 5개 품목의 비중은 2015년 전체 수출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기업가정신에 기반을 둔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계기업이 적기에 퇴출당할 수 있도록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정비하고 혁신적 기업가의 창업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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