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금지협약 서명국 "미국 주도로 결의안 약화" 반발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정부가 1994년 이후 매년 제출해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던 핵무기 폐기 촉구 결의안이 올해는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23년 연속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던 결의안에 제동이 걸린 것은 일본이 지난 7월 유엔총회를 통과한 핵무기금지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1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도 유엔에 핵무기 폐기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유엔 회원국 가운데 핵무기금지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 국가는 일본이 제출한 결의안에 핵무기금지협약에 관한 내용이 없는 데다 핵무기 폐기와 관련된 내용도 종전 결의안보다 약화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일본이 (핵무기금지협약에 반대하는) 미국의 압력을 받아 결의안 내용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입수한 결의안에는 지난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달성하기 위한 결의를 재확인한다'라고 돼 있던 부분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결의'라고 바뀌었다.
또 '핵무기 폐기를 달성한다는 핵보유국의 명백한 임무를 재확인한다'는 부분은 '핵보유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완전한 이행이라는 의무를 재확인한다'고 변경됐다.
지난해 결의안은 미국을 포함해 110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가했다. 일부 공동제안국도 올해는 반대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군축을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는 "일본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핵폐기 호소 수위를 낮췄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일본은 핵보유국과 비보유국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편에 서서 다리를 태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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