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 세이두, 에마 드콘 등 폭로 이어져
세이두 "캐스팅 빌미로 만나자 한 뒤 달려들어…영화계 이런 일 수두룩"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 스캔들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여배우들도 자신이 피해자임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할리우드와 프랑스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유명 여배우 레아 세이두가 와인스틴에게 당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세이두는 11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 가디언의 온라인판 기고문에서 과거 와인스틴이 영화 캐스팅을 빌미로 호텔 방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달아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과거 한 패션쇼 현장에서 마주친 와인스틴이 술이나 한잔 하며 일 얘기를 하자고 해서 그날 저녁 호텔 로비에서 약속이 잡혔다고 한다.
와인스틴은 당시 여성 조수 한 명과 함께 왔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세이두에게 노골적으로 추근대기 시작했다.
세이두는 "나를 캐스팅하려는 것 같았는데, 저녁 내내 내게 치근덕거렸다. 나를 무슨 고깃덩어리 보는 듯 훑어봤다"고 말했다.
와인스틴은 방으로 올라가 한잔하며 더 얘기하자고 했고, 영화계 거물인 그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던 세이두는 내키지 않았지만 따라갔다.
어느새 와인스틴의 여성조수는 사라져버렸고, 방에서 와인스틴은 갑자기 세이두에게 달려들어 강제로 입을 맞추려 했다고. 세이두는 결국 덩치가 큰 와인스틴을 안간힘을 써 밀어낸 뒤 뛰쳐나왔다.
이후에도 세이두는 영화계에서 와인스틴을 여러 번 마주쳐야 했다. 그때마다 와인스틴은 항상 다른 여성들을 잠자리로 유혹하려고 했다고 세이두는 전했다.
한번은 저녁 자리에 같이 있었는데 와인스틴이 자신과 잔 할리우드 여배우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떠들기도 했다고. 레스토랑에서 테이블을 잡기 쉽지 않자 웨이터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 하비 와인스틴이야!"라고 고함을 치는 등 오만함이 하늘을 찔렀다고 세이두는 회고했다.
영화계에서 와인스틴의 이런 행동들은 오래 전부터 악명 높았다.
세이두는 "가장 역겨운 건 모든 사람이 하비가 그러고 다니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도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수십 년간 그렇게 행동하고도 커리어를 쌓아왔다는 게 믿을 수 없다. 그가 엄청난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세이두는 영화계에 와인스틴 같은 사람들은 수두룩하다고 폭로했다.
20대 때 자신이 존경했던 한 유명한 영화감독은 세이두와 둘이 남게 되자 "너랑 자고 싶다"며 노골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하기도 했다고.
세이두는 "영화계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면 매우 강해져야 한다. 이런 남자들을 항상 마주치게 된다"면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오직 진실과 정의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가게 한다"고 강조했다.
세이두는 영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Blue Is The Warmest Color)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영화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007 스펙터'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에도 다수 출연했다.
세이두는 특히 프랑스의 영화·미디어기업인 고몽(Gaumont)과 파테(Pathe)를 소유한 영화계의 명문가 출신이다.
세이두 외에 와인스틴의 성폭력의 희생자로 드러난 프랑스 여배우로는 에마 드콘이 있다.
드콘은 뉴요커지에 자신이 2010년 파리의 한 호텔 방에서 세이두와 같은 수법으로 와인스틴에게 당했다고 털어놨다.
캐스팅을 미끼로 방에서 만나자고 해놓고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두려움 속에 가까스로 방을 빠져나온 드콘은 "와인스틴이 마치 먹잇감과 마주친 사냥꾼 같은 표정이었다"며 몸서리를 쳤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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