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접수 후 초기 대응 허점…살해 시점도 오락가락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최평천 기자 =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와 딸(14)이 저지른 여중생 A양 살인·사체유기 사건에서 경찰의 초동조치와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12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께 A양 부모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의 '실종 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의 제5장 '초동조치 및 추적·수사'의 제18조 제1항을 보면 '발생지 관할 경찰서장은 즉시 현장 출동 경찰관을 지정하여 탐문·수색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나온다.
단서 조항에는 '다만, 서장이 판단하여 수색의 실익이 없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탐문·수색을 생략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일단 서장에게 보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같은 조 제3항은 '현장출동 경찰관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현장을 탐문·수색한 결과에 대해 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실종 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하고 경찰서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중랑서장이 이 사건을 처음 보고받은 것은 이달 4일 오전 11시 40분이었다. 사건 발생 후 나흘이 지나도록 지휘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경찰이 그사이 아무 일도 안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아동 실종을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과가 A양을 찾다가 이달 2일 강력팀이 수사에 합류했고, 서장 보고 이후인 4일 오후 합동수사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A양은 1일 오전 11시 53분에서 오후 1시 44분 사이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은) 범죄에 연루되는 의심이 있다는 판단이 되면 서장한테 보고해서 수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경찰 관계자는 앞서 "(이영학의) 그 집에서 없어졌다고 해서 집주인 범죄 기록을 들추는 것은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범죄 연루 의심이) 확인됐으면 당연히 방문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규칙에 따라 최종 목적지를 수색할 권한이 있음에도 경찰은 이영학의 집에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수색하지 않았다.
범죄에 연루되는 의심이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서장에게 보고하고 합동수사를 벌인 것은 아니라는 유추가 가능한 대목이다.
구체적 상황이나 범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 사건을 살인 사건에 준해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질적인 경찰의 현장 인원 부족 문제도 제기된다.
하지만 자체 규정에 있는 규칙도 준수하지 못한 데다 계속해서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은 이영학의 살해 범행 시간을 놓고도 혼선을 빚었다.
지난 10일에는 "9월 30일 오후 3시 40분에서 7시 48분 사이"라고 밝혔다가 다음날엔 "10월 1일 오전 11시 53분에서 오후 1시 44분 사이"라고 번복했다. 두 시간대는 최소 16시간 넘는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거될 때 수면제를 과다복용했던 이씨 딸이 시간과 날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10월 1일에 한 일을 9월 30일에 한 것으로 혼동해 진술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범행 시간을 수정하기 전까지 '9월 30일 오후 범행 → 당일 저녁 A양 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은 이양이 'A양이 어딨는지 모른다'며 거짓말 → 사체 유기'라는 도식에 따라 수사를 해왔다.
이씨가 성적인 동기로 범행했으리라는 추정이 유력한 가운데 A양을 데리고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길었고, 그 사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범행동기 규명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범행 날짜 수정 전까지 경찰 수사가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경찰은 구속수사 기한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13일 오전 이씨와 이씨 딸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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