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스도티르, 인천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참가
(인천=연합뉴스) 고미혜 유지호 기자 = 인구 34만 명의 북유럽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가 쟁쟁한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한 것은 전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 한 한 편의 '축구 동화'였다.
축구 동화만큼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골프에서도 '얼음왕국' 아이슬란드의 또 다른 동화가 쓰여지고 있다.
주인공은 아이슬란드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이번 시즌 '꿈의 무대'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올라피아 크리스틴스도티르(24)다.
12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개막한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한 크리스틴스도티르는 '아이슬란드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전혀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아이슬란드 골퍼들이 저 말고도 다 전보다 잘하고 있어요. 유럽여자골프 투어에 진출한 선수도 있고요, 남자 선수들도 진출을 앞두고 있어요. 미국에서 학교 다니는 여자 선수들이 있어서 이들이 졸업하면 더 많은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크리스틴스도티르는 이번 대회에 '막차'를 탔다.
LPGA 상금 랭킹 상위 59명의 선수에게 출전 자격이 주어졌는데, 박인비를 비롯한 일부 상위 선수들이 빠지고도 70위인 크리스틴스도티르는 간발의 차로 출전 자격을 놓쳤다.
휴식기라 생각하고 지난 주말 고향 아이슬란드로 돌아가던 비행기 안에서 대회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이 불참을 결정한 덕분이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아이슬란드에서 핀란드 헬싱키,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서 한국에 들어왔다. 개막 이틀 전에야 들어온 탓에 공식 연습일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늦게 도착한 탓에 코스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한국엔 처음인데 아직 많이 보진 못했지만, 사람들도 모두 멋지고 잘 정돈돼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슬란드 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빙하와 호수, 웅장한 협곡은 언뜻 골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골프는 아이슬란드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종목이라고 크리스틴스도티르는 전했다.
특히 6, 7월 짧은 여름엔 백야 덕분에 밤새 라운딩을 할 수 있다.
"5월부터 9월까지 골프를 칠 수 있어요. 여름엔 일주일 내내 24시간 골프가 가능하죠. 여름에 정말 많이 치고, 겨울에는 실내에서 연습을 합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엔 60여 개의 골프장이 있어 인구 대비 골프장 수가 종주국 스코틀랜드보다도 많은 세계 1위 수준이고, 골프 인구도 5∼6명에 1명꼴인 6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환경에서 일찌감치 골프를 시작해 2014년 프로로 전향한 크리스틴스도티르는 지난해 12월 LGPA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2위로 마쳐 투어 카드를 손에 넣었다.
지난달 LPGA 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는 올 시즌 가장 높은 성적인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크리스틴스도티르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루키 박민지, 미국의 머리나 알렉스와 한 조에서 경기해 1라운드를 2오버파 공동 59위로 마쳤다.
바람 탓에 고전했다는 그는 함께 경기한 선수들이 "나보다 훨씬 손쉽게 플레이를 했다"며 "그린 적중률도 더 높고 공을 가까이 붙여 기회도 더 많이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틴스도티르는 이번 시즌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에서 열리는 나머지 아시안 스윙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이번 시즌 상금 목표를 비롯해 목표가 몇 가지 있는데, 일부엔 꽤 근접하고 있어요. 올해 두 번 톱 10에 들고 싶었는데 한 번은 이미 했고요. 어쩌면 아시아에서 나머지 한 번도 하게 될 수도 있죠."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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