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신인으로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일궈
"비가 전화위복 될 것…후배들 다치지 않고 경기 즐기길"
(창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염종석(44)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코치는 롯데의 가을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1984년 금테 안경의 최동원이 롯데의 첫 우승을 이끌고, 1992년 마찬가지로 금테 안경을 쓴 신인 투수 염종석이 자신의 몸을 불살라 팀 두 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일군 건 유명한 이야기다.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1999년 롯데와 삼성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염종석은 조연으로 활약했다.
당시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염종석은 "다시는 공을 못 던져도 좋다. 나가게 해달라"는 말로 투지를 불태웠고, 롯데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에서 극적으로 3연승을 거둬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17년, 롯데는 다시 벼랑에 몰렸다.
천신만고 끝에 5년 만에 가을 잔치에 합류한 롯데는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 3차전까지 1승 2패로 뒤처져 있다.
이제 1패만 더하면 롯데의 포스트시즌도 끝이다. 롯데는 13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반전 드라마'를 꿈꾼다.
염종석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미 후배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내가 특별히 해줄 말은 없다"면서도 "롯데 하면 투혼 아니겠는가. 불리한 상황이지만, 위축하지 않고 덤빈다면 NC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2000년대 이전까지 롯데는 탈락 위기에 몰리면 힘을 내는 끈끈한 팀이었다.
그러나 롯데의 21세기 포스트시즌은 아픈 기억이 더 많다. 탈락 여부가 결정되는 경기에서 롯데의 승률은 0.167(1승 5패)에 그친다.
염종석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비록 한국시리즈까지는 못 가고 탈락했지만, 이대호나 강민호, 손아섭 같은 선수들은 이때 얻은 경험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예전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래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비로 하루 연기됐다.
이 때문에 4차전 선발도 박세웅에서 조시 린드블럼으로 교체됐다.
박세웅은 '지도자' 염종석이 애지중지하며 키운 후계자다.
2015년 박세웅이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자 1군 투수코치였던 염종석은 그를 데리고 다니며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쳤다.
염종석은 2015시즌이 끝난 뒤 롯데 코치직에서 물러났지만, 박세웅은 이번 시즌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염종석은 "비가 와서 박세웅이 등판하지 못한 건 아쉽다. 그렇지만 이 비가 전화위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세웅도 이런 큰 경기에서 여러 경험을 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롯데처럼 벼랑에 몰린 팀을 두고 흔히 '내일이 없다'고 말한다.
염종석은 "후배들이 너무 큰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롯데의 시즌이 어디서 끝나든 선수들은 이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경기를 즐겼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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