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미국의 과학자들이 피부 색소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유전자 변이주(genetic variants) 8개를 찾아냈다.
12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유전학자 새러 티시코프 박사 등 연구팀은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3개국 주민 1천5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29%를 차지하는 피부색 변화 영향 유전자 변이주 세트들을 발견해 냈다.
나머지 피부색 변화 영향 유전자 변이주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고 있다.
티시코프 박사팀은 이들 조사 대상 아프리카 주민들의 유전체 데이터 분석 결과 피부색 변화와 연관이 있는 4개 영역에서 이런 유전자 변이주들을 발견했다.
유럽 조상을 가진 조사 대상자에 대한 분석 결과, 한 영역에서 SLC24A5라는 유전자변이주가 세포들의 색소 농도를 떨어뜨려 창백한 피부색을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역할이 알려지지 않은 MFSD12라는 이름의 유전자 변이주가 포함된 다른 영역의 경우 피부색을 더 검게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검은 피부색의 아프리카인에게서 발견되는 이 유전자 변이주를 실험용 생쥐에게 이식한 결과 생쥐 피부가 회색으로 변했다.
연구팀은 이밖에도 색소 형성과 관련이 있는 DDB1, TMEM138, OCA2, HERC2 등 유전자 변이주를 찾아냈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변이주는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진화하기 전에도 존재했다.
이런 유전자 변이주가 지난 수천 년 동안 확산하고 뿌리를 내리면서 종전의 전통적인 피부색 구분 자체가 근본적으로 의미가 없어졌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아프리카인들로부터 발견해 낸 8개의 유전자 변이주가 아프리카 이외의 대륙에서 사는 많은 사람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에 대한 DNA 분석 결과 이들 유전자 변이주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는 것.
유럽인과 보츠와나인에게서 발견된 옅은 피부색 유전자 변이주는 90만 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호모사피엔스 등장 이전부터 인류 조상들은 밝고 검은 피부색이 뒤섞인 유전자 변이주를 지녀왔다.
유전자 변이주의 혼합이 다양한 피부색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유럽과 동아시아로 뻗어 나간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4만 년 전 멸종됐지만 그들의 DNA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테면 네안데르탈인 사이에서도 검은색 피부와 밝은색 피부가 뒤섞여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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