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씩 늦은 실종 초기대응…경찰은 '단순가출'로만 판단

입력 2017-10-13 14:31   수정 2017-10-13 16:32

한발씩 늦은 실종 초기대응…경찰은 '단순가출'로만 판단

담당 경찰서장은 실종 나흘 만에 첫 보고 받고 합동수사 지시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경찰이 13일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의 여중생 추행 및 살인 사건 수사를 일단락짓고 검찰로 넘겼지만, 경찰의 초기 판단과 대응이 좀 더 치밀하고 빨랐다면 피해자 A(14)양을 살릴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A양 모친의 실종신고가 9월 30일 오후 11시 20분께 접수됐고, A양은 이영학에 의해 이튿날인 10월 1일 낮 12시 30분께 살해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신고 후 A양이 13시간가량 생존했던 것이다. 실종 사건 초기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살인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실종 접수 직후 여성청소년과 당직팀은 타격대를 동원해 이튿날 새벽까지 망우사거리 일대를 수색했다. A양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꺼진 곳이 망우사거리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수색을 담당한 여성청소년과 직원은 1일 오전 당직 근무를 마치고 이 사건을 주간 근무팀에게 인계하지 않고 퇴근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에 다시 출근해 타격대와 함께 재차 망우사거리 인근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이때는 이영학이 A양을 살해하고서 시신을 유기하러 강원도 영월로 떠난 뒤였다.

저녁 9시께 경찰은 A양 모친과 통화에서 "딸이 마지막으로 만난 '○○양'과 전날 오후 2시 30분에 패스트푸드점에서 헤어졌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양'은 바로 이영학의 딸이었다.

하지만 이영학이 누구인지 몰랐던 경찰은 A양 모친에게 그저 "2일 오전 10시에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만나자. ○○양 집을 아는 친구를 섭외해 데려오라"고 요청하는 데 그쳤다.

경찰이 '○○양'이 이영학의 딸이라는 점을 알아챈 것은 A양이 살해된 지 하루가 지난 2일 오후였다. 같은 날 오후 9시께는 사다리차를 이용해 건물 5층에 있는 이영학의 집에 들어가 봤지만, 범행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섰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3일에도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면서 이영학 부녀가 A양 실종과 연관됐음을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특히 추석 연휴를 맞아 자택에서 대기하던 조희련 중랑경찰서장은 4일 오전 11시 30분께 실종사건 유선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 서장은 같은 날 오후 경찰서로 나와 강력계 중심의 합동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밤늦게 보고를 받았다.

수사 총책임자인 서장이 A양의 실종 나흘 만에, 살해된 지 사흘 만에 첫 보고를 받고서 이 사안을 강력사건으로 인지한 셈이다.

경찰은 초기대응 부실 지적에 대해 A양 실종 초기에는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을 시인했다.

중랑서 관계자는 "사건 초기에는 '단순가출' 사건으로 판단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가출'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열네 살 여자아이들은 말없이 친구 집에서 자는 경우도 있으니까…"라면서 "납치 등 범죄 흔적이 있었다면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수사 도중 피해자 살인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과 관련해 그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저희도 (A양 죽음이)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측면이 있는지,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사실관계를 일단 살펴보고 정식 감찰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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